“올해도 변함없이 우리를 위해 같이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다 원하는 것 이루시기 바랍니다.”
10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7차 수요시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길원옥(88) 할머니는 집회 참가자들의 세배를 받으며 이렇게 덕담을 건넸다.
설 명절 마지막 날에도 어김없이 열린 위안부 수요시위는 모처럼 가족이 한 데 모인 고향집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수원청소년평화나비 소속 청소년들은 한복을 입고 할머니께 큰절을 올렸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서너 살 어린 꼬마들이 세배를 하자 두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고사리손에 세뱃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세배를 올리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줄을 이어 세배는 20여분간 계속됐다. 길원옥 할머니에게 세뱃돈을 받은 김현진(14ㆍ여) 학생은 “비록 천원이지만 지금껏 받은 세뱃돈 중 가장 값진 돈이다. 이 돈은 마음대로 쓰지 않고 (정의와 기억재단의) 모금함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수요시위가 평일에 열려 참가하지 못했다는 시민들도 명절 연휴를 맞아 시간을 내 일본대사관 앞을 찾았다. 중ㆍ고등학생 두 딸과 함께 온 김민숙(45)씨는 “딸들이 명절 연휴에 학원에 가서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것보다 위안부 수요집회에 직접 참가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 데리고 왔다”고 설명했다. 의정부 광동고의 최주완(18)군은 “곧 고3이 되어 할머니들을 자주 찾아오지 못할 것 같아 명절이라도 친구들과 함께 참가했다”고 밝혔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참가자들의 목소리에는 변함이 없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마침내 해방을’이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12월 28일 한일 위안부합의를 보면 아직 완전한 해방이 오려면 먼 것 같다”며 “2016년에는 ‘반드시 해방을’이라는 구호를 정해 반드시 일본 아베 총리의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병옥 정읍평화의소녀상 추진위 대표는 “24일 정읍에도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할 예정”이라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위안부 문제를 결코 잊지 않고 우리가 깨어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곁을 지키겠다며 200여명이 모인 설 명절 마지막날 수요시위는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가족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윤미향 대표는 “비록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없지만 오늘 같은 설날 많은 사람이 수요시위에 온 것을 할머니들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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