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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12년 전 목을 매 숨진 경찰관 A씨의 부인이 “남편의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대 출신인 A씨는 2003년 경기 파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으로 부임, 미군 시설이 몰린 곳에서 1년 3개월간 연 500회 이상 미군 경비 작전 등을 도맡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부임 전 미국 장갑차에 여중생이 깔려 숨진 사건 등으로 상급기관의 경비강화 공문과 지시는 계속 하달됐다. 또 수해복구 공사와 신도시 개발 등으로 관내 2004년 1~5월 교통사고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3% 급증하고, 폭주족도 주말마다 출현했다.
그는 가족과 떨어져 숙직실에 혼자 지내면서 불면증, 대인기피증을 겪었지만 경찰 생활에 오점이 될까 싶어서 정신과를 찾지 못했고, 2004년 7월 숙직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내는 2006년과 2013년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지만 “자살은 순직으로 볼 수 없다거나 남편의 죽음은 업무와 무관하다”는 답을 듣자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파주에 근무하면서부터 급격하게 우울증세를 보였으며, 근무환경, 업무내용 등의 기록에 비춰 A씨가 업무로 우울증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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