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에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버니 샌더스의 영어 억양과 화법이 특이하다. 그는 중저음에 다소 투박한 발음을 하는데 출신 배경을 감안하면 이해가 빠르다. 그가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자랐기 때문에 그의 발음 중에는 자연스럽게 뉴욕 액센트가 묻어 나온다. 자세히 들어보면 r음이 생략돼 있는데 가령 car를 발음할 때 r음 생략으로 ‘카-’처럼 들린다. ‘오’와 ‘어’ 발음이 혼용되고 장음화되는 경향도 있다.
물론 이런 뉴욕식 발음도 인종별, 민족별로 차이가 있다. 뉴욕 태생의 흑인들은 kind를 발음할 때 ‘카인드’가 아니라 ‘칸-ㄷ’에 가깝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민족은 그들대로 특유의 발성이 있다. 언어학자들은 이를 ‘New York City accent’(뉴욕식 억양)라고 부르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뚜렷하다.
샌더스의 발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한가지는 그가 유대인이라는 점이다. 즉 뉴욕식 발음에는 흑인의 발음과 유대인의 발음 그리고 네덜란드계 발음이 혼용돼 있는데 거기엔 각기 공통점과 차이가 있다. 억양에는 지역적 요소 외에 샌더스처럼 유대인이라는 종교적 배경도 중요하다. 영화 ‘대부’에 출연한 배우 제임스 칸이나 ‘콜롬보 형사’로 유명한 피터 포크 그리고 유명한 우디 앨런의 발음의 공통점은 모두 뉴욕 출신 유대인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뉴욕 출신의 유태계 배우들 애덤 샌들러, 벤 스틸러, 알란 아킨, 애드리언 브로디, 멜 브룩스, 리차드 드레이퓨즈, 마틴 랜도, 제리 사인펠트 모두 눈 여겨 볼만하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She has a typical Jewish accent’(그녀는 전형적인 유대인 억양을 가졌어) 같은 말을 어렵지 않게 듣는 이유도 그만큼 특징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반면 민주당 후보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의 억양에는 남부 지역 아칸소주의 억양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정치 초년기에는 남부 발음이 자주 튀어나왔고 언론에서 지적한 경우도 많다. 그녀는 child의 발음을 ‘촤일드’보다는 ‘촬-드’처럼 남부 특유(Southern drawl)의 길게 늘어뜨리는 발성(glide shortening)을 했었다가 남편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자연스럽게 북부 발음을 하게 되었다. 힐러리는 과거에 여러 지역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억양을 체득한 배경이 있고 그녀 스스로 ‘multi-lingual’(여러 언어를 하는)이라고 한 적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선거 기간 중 전국 도시를 돌며 연설을 할 때 현지 억양을 섞어가며 발음을 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인간은 만 6세 이전에 출신지의 억양을 배우게 되고 10대 초반이면 그 억양을 체득하여 쉽게 잊지 않는다고 한다. 정치인들에게 특정 억양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4차 미국 민주당 토론회 하이라이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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