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갖고 싶은 음반이 있어 매장에 들렀다. 재고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온라인 매장을 뒤졌다. 찾던 게 있었지만 해외 직배송. 출고일이 불분명하고 3주 이상 걸렸으나 바로 주문했다.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올 때 오겠지. 허나 매일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달아올랐다. 얄궂게도 그때마다 기다리던 그게 아니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면서 뭔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지내는 시간의 고독과 암담함에 대해 생각했다. 단지 음반만의 얘기는 아니다. 기다림은 전적으로 수동적인 상태인고로, 그 수동성 자체가 사람으로 하여금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지 않던가. 그 공허하기도 암담하기도 한 시간이 두려워 체념하거나 포기한 일들이 많았던 것도 같다. 그렇게 잊고 방치한 채로 시간 속에 떠넘기면 머잖아 새로운 태양이 뜨면서 저절로 잊히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은 것도 있는 법.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안간힘으로 되새기며 힘든 시간을 버티면서 끝끝내 기다리게 되는 것도 있는 법. 생각지도 않은 어느 오후, 잠깐 잊고 있던 그 음반이 도착했다. 그래, 기다리는 건 애써 기다리지 않을 때 오곤 했었지. 당연히 와야 할 게 온 것이긴 했다. 하지만 반복컨대 그깟 음반 한 장의 얘기만은 아니다. 계속 기다린다. 기다림 자체가 미덕이고 진실이 될 때까지. 대상이 뭐든, 바보도 좀 돼보면 어떠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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