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동그라미, 강력한 꽃잎, 유연한 무쇠…. 상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 아니 살면서 볼 수나 있을까 싶을 비상식적인 형용사와 명사의 결합이다. 그런데 이런 조합을 갖고 있는 차가 있다. 준중형차 못지 않게 큰 미니(MINI), BMW의 ‘미니 클럽맨’이다.
‘미니 클럽맨’은 2001년 영국의 브리티쉬 모터 코퍼레이션(BMC)에서 ‘미니’ 브랜드를 인수한 BMW가 라인업을 늘려가던 2007년 탄생했다. 8년만인 지난해 11월 완전 변경되면서 코치 도어(양문형 냉장고처럼 앞뒤 도어가 펼쳐지듯 열리는 방식)가 일반 도어로 바뀌었지만 눈을 동그랗게 뜬 듯한 앙증맞은 앞모습은 ‘미니’의 정통성을 오롯이 계승했다.
‘미니 클럽맨’은 폭스바겐 ‘골프’보다 차체 길이는 2㎜ 짧은 4,253㎜이고 폭은 1,800㎜로 같아 크기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휠베이스가 2,670㎜로 ‘골프’보다 30㎜나 길어 뒷좌석 레그룸 등 실내공간이 넓다.
직렬 4기통 2.0ℓ 터보차저 엔진을 얹은 ‘미니 클럽맨 쿠퍼S’를 5일 시승했다. 1.5ℓ 엔진이 장착된 ‘미니 클럽맨 쿠퍼’보다 상위 트림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출발해 강원 홍천 대명비발디파크를 거쳐 강릉, 속초를 돌아오는 700여㎞ 구간을 달렸다. 갈 때는 국도, 올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미니 클럽맨’의 진가는 구불구불한 국도에서 발휘됐다. 몸집을 한껏 키웠어도 ‘미니’ 패밀리라는 것을 입증하듯 날카로운 코너링이 일품이었다. 네 바퀴를 차체를 이루는 사각형의 각 꼭지점에 최대한 붙여 배치한 덕에 스티어링 휠을 거칠게 꺾어도 휘청거리지 않았다. 게다가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체를 받쳐줘 헤어핀에 가까운 코너에서도 몸놀림이 민첩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스티어링 휠의 반응성은 상당히 날카롭지만 저속에서 무거운 점은 운전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오르막이나 급가속 시 힘이 부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미니 클럽맨’은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5㎏ㆍm인 엔진을 얹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7.1초면 된다. 분당 엔진 회전수(rpm) 1,250부터 최대토크가 터져 가속감이 훌륭했다. 여기에 붙은 8단 자동변속기는 ‘밀당’의 고수다. ‘그린’(다른 차량의 에코에 해당) 모드에서는 변속 타이밍을 앞당겨 rpm이 좀체 2,000을 넘지 않게 하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타이밍을 최대한 뒤로 미뤄 높은 rpm을 유지하게 해 항상 힘이 넘쳤다.
고속도로에서 경험한 ‘그린’ 모드는 ‘역시 미니는 재미있게 즐기며 타는 차’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변속기 레버 아랫쪽에 있는 링을 돌려 ‘그린’ 모드로 바꾸면 계기판 하단에 녹색 게이지가 나오면서 ‘그린’ 모드로 주행하면서 몇 ㎞를 더 달릴 수 있게 연료를 절약했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가속 페달을 좀 놓아주세요’라는 표시도 보여준다. 얌전하게 운전해서 연료를 얼마나 덜 썼는지를 바로 보여주기 때문에 게임을 하듯 흥미진진하게 ‘그린’ 모드를 즐길 수 있었다. 700여㎞를 달리고 나서 확인한 평균 연비는 10.4㎞/ℓ로 공인 복합연비(11.7㎞/ℓ)보다 10% 정도 떨어졌다.
‘미니 클럽맨 쿠퍼S’는 형제차 중 고성능 모델 ‘미니 쿠퍼S’보다는 다소 둔해졌음에도 강력한 주행성능으로 ‘미니’의 맛을 보여주는 차다. 다만 적재 용량과 네이게이션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 적재공간이 360ℓ밖에 되지 않아 다양한 캠핑이나 스키, 스노보드 등 레포츠를 즐기려면 여전히 부족했고, 네비게이션은 목적지를 검색할 때 자음과 모음을 일일이 조그셔틀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이어서 불편했다. 가격은 3,590만~4,670만원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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