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주' 포스터
영화 '동주'가 보여준 인생은 참 아이러니했다. '서시', '별 헤는 밤' 등 대단한 문학작품을 남긴 시인 윤동주는 미완의 청춘에 불과했다. 이름부터 낯선 송몽규는 애국청년이자, 윤동주에게 열등감을 주는 거대한 존재였다. 하지만 역사 속에 잊혀 졌고, 윤동주만이 민족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오는 17일 개봉할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에 아름다운 청춘을 지냈던 윤동주(강하늘)와 그의 절친 송몽규(박정민)의 이야기를 담았다. 신연식 감독이 각본을 맡았고,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수동적이고 열등감을 느끼고 실패를 반복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동주'의 윤동주는 그랬다. 같은 집에서 태어나 같은 공간에서 죽음까지 맞이한 동갑내기 사촌이자 절친 송몽규 옆에서 윤동주는 다소 초라했다. 책읽기를 즐기는 지극히 평범한 문학청년이었다.
반면 송몽규는 적극적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를 맨몸으로 뚫고자 했다. 리더십도 있었고 추진력도 있었다. 문학에 뜻이 없었음에도 일찍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대학도 한 번에 입학하는 등 언제나 윤동주보다 한 발 앞섰다.
▲ '동주' 스틸컷
제목은 '동주'지만, 송몽규라는 인물에 궁금증이 쏠린다. 이 감독은 "윤동주 시인 한 사람만의 이야기로는 드라마가 되지 않았다. 여기에 송몽규를 함께 그리면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은 훌륭했던 사람이다. 결과가 아름다웠던 윤동주를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동주와 송몽규의 청춘은 어두웠다. 창씨개명을 강요당했고 시집 한 권 출판하고 싶은 꿈도 좌절됐다. 그럼에도 밝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도 만났다. 절망하지 않았고 희망을 찾아 나아갔다. 하지만 현실은 일제강점기. 결국 두 사람은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후쿠오카 형무소로 끌려갔다.
'동주'는 애국의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청춘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윤동주 시인은 물론, 그 시절 송몽규처럼 나라를 위해 한 몸 기꺼이 받쳤을 미완의 청춘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두운 시기에도 청춘은 빛났을 테니.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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