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부적합ㆍ장기 동시이식 등 고난도 수술도 척척


대구지역이 전국 간이식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간이식은 서울대 삼성 현대아산병원 등 수도권 ‘빅5’ 병원이 전국 1~5위를 차지한 가운데 6위의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이어 경북대병원도 본격적인 간이식에 나서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간이식은 간경화나 간암 등으로 간기능이 완전 상실됐을 겨우 선택하는 최후의 치료법이다. 예전에는 주로 뇌사자의 간을 이식했는데 요즘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거나 어린이 간이식도 성공하고 있다. 특히 초기에는 혈액형은 물론 복잡한 경우의 수가 딱 맞아떨어져야만 할 수 있던 간이식이 이제는 혈액형이 서로 다른 경우에도 가능해졌다.
국내 간이식은 서울대 현대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의 독무대였지만 최근 대구가톨릭대와 경북대병원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전국 6위 부상
대구지역에선 대구가톨릭대병원이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동산병원을 제치고 간이식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간이식에 있어서 국내 최고 명의로 알려진 이승규 아산의료원장으로부터 간이식을 배운 최동락(56) 교수가 대구가톨릭대 장기이식센터장으로 오면서부터다.
최 교수팀은 2003년 3월 대구가톨릭대병원 사상 처음으로 간이식에 성공한 뒤 한강이남 최고의 간이식병원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2008년 100건, 2010년 200건, 2012년 300건에 이어 해를 거듭할수록 가속도가 붙어 지난해 5월에는 간이식 누적건수 500건을 돌파했다. 이들 중 대구ㆍ경북 지역 주민들은 절반이 채 안 된다. 호남 충청 강원은 물론 서울에서 온 이식환자도 상당수다.
내용상으로도 간ㆍ심장, 간ㆍ췌장 동시이식 등 초고난도 수술도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연간 간이식 건수로 전국 6위 권이다. KTX개통 후 대구ㆍ경북 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유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서도 간이식만큼은 충청 강원 서울 등지에서 찾아오는 분야가 됐다.
경북대병원도 간 이식 1년 만에 50건 돌파
한강이남 최고 병원을 자부해 온 경북대는 2014년까지만 해도 간이식 분야에서만큼은 명함조차 내밀 수 없었다. 1998년 지방 최초로 소아 생체 부분 간이식수술을 성공하는 등 지역 간이식 수술을 견인해 왔지만 내부 사정으로 간이식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에 빠졌다.
경북대병원은 2014년 간이식 분야 전문가인 한영석교수를 스카우트해 천재민교수와 장기이식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간이식에 나섰다. 지난해 1월엔 AB형 아들의 간 일부를 B형 어머니에게 이식하는 등 혈액형부적합 간이식에 성공했다. 또 소아뇌사자 분할 간이식, 소아 생체 간이식 등 고난도 수술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등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모두 51건의 간이식을 시행, 1년 생존율 97%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우수한 의료진과 최신설비, 체계적인 이식 후 관리시스템 등 최상의 인프라와 수도권 병원에 비해 뛰어난 가격경쟁력과 높은 수술 성공률 등으로 KTX개통에 따른 빨대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며 “대구ㆍ경북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간이식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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