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9살 지원이가 일본영사관 찾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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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9살 지원이가 일본영사관 찾은 이유는?

입력
2016.02.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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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사진 가운데) 부산겨레하나 사무처장은 8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 지킴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은 딸 권지원(사진 오른쪽)양이 엄마를 응원하기 위해 시위 현장을 방문한 모습.

“일본이 할머니들에게 나쁜 일을 했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배워서 잘 알고 있어요.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당연하죠. 할머니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권지원(9ㆍ여)양은 어리지만 똑 부러지게 말했다. 설 당일인 8일 오후 12시 30분, 여느 또래라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을 시간에 지원양은 엄마를 만나러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으로 향했다. 지원양의 엄마는 이보영(39) 부산겨레하나 사무처장이다.

부산겨레하나가 설 연휴기간에도 ‘소녀상 지킴이’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매일 낮 12시 부산 일본영사관 후문에 작은 나무의자를 놓고 앉아 침묵 시위를 벌이는 방식이다.

8일 오후 1인 시위에 나선 김미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장.

이날 1인 시위 참가자는 이 사무처장과 김미진(43ㆍ여) 운영위원장이었다. 마침 설날인 탓에 차례를 지내고 1인 시위에 참가해야 했다.

이 사무처장은 이날 딸이 시위 현장에 오는 것을 만류했다. 지원양은 아침부터 열이 나 아빠와 함께 병원에 다녀온 터였다. 그러나 지원양은 “엄마가 1인 시위를 하는 날인 만큼 직접 보고 응원하겠다”고 고집했다. 기자가 1인 시위 동참의 의미를 묻자, 지원양은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면 소녀상 지킬 수 있다”며 “또 내 관심으로 부산에 소녀상이 만들어지면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딸은 1인 시위를 처음부터 지켜봤다”며 “일본영사관 앞에서 만난 언니, 오빠들이 TV에 나오는 걸 보고 뭐가 문제인지 궁금해 했다”고 말했다.

지원양이 그랬듯 설 연휴 시민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시위 장소인 부산 일본영사관 후문 보행로는 편도 4차선 도로와 맞닿은 곳이다. 귀성길 시민들은 신호대기 중인 차 안에서 ‘고생한다’거나 ‘고맙다’고 소리쳤다. 이 사무처장은 “시위를 지켜보던 어르신이 들고 있던 손난로를 쥐어주고 간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6일부터 진행 중인 소녀상 지킴이 1인 시위 참가자들의 모습. 부산겨레하나 제공

꾸준한 1인 시위는 지역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내달 1일 3ㆍ1절을 맞아 발족을 준비 중이다. 추진위 설립은 유영현 부산대 총학생회장, 김지희 대학생겨레하나 대표, 박은정 노동자겨레하나 교사, 이준호 청년예술인, 부산문화여고 재학생인 전옥지양 등이 제안했다. 이들은 부산 일본영사관 후문에 소녀상을 세우기 위한 모금운동도 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달 13일에는 SNS로 소식을 전해들은 대학생이 1인 시위에 직접 참여했고, 지난 4일에는 고교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시위현장을 찾았다. 김미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갖는 것은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겨레하나는 지난해 한일 위안부 협정 무효와 재협상을 촉구하며 지난달 6일부터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매일 소녀상 지킴이 1인 시위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고교생, 대학생, 시민, 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이 시위에 동참했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