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화려한 외관에, 높은 분양가를 앞세워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주상복합아파트가 다시 소비자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통풍이 안 된다는 단점도, 대형평형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상당 부분 보완하면서 최근 잠시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내리막을 걷고 있는 건데요. 올해 전년 대비 40%나 신규 분양 물량을 줄일 정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올해 분양 예정된 주상복합 물량은 33개 단지 총 2만1,829가구입니다. 2001년(1만4,407가구) 이후 최대 분양실적인 지난해(3만8,956가구)와 비교해 44% 줄어든 수치입니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6,268가구)보다 89%나 급감할 전망입니다.
경매시장에서도 아파트 대비 주상복합의 인기 하락은 눈에 띕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1년 서울 주상복합 낙찰가율은 아파트보다 3.3%포인트 낮은 78.3%를 나타냈지만, 지난해에는 그 차이가 6.4%포인트까지 벌어져 85.5%를 기록했습니다. 경기지역 역시‘3.7%→7.8%’로 5년만에 낙찰가율 차이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물론 주상복합도 경매시장 붐에 따라 소비자가 찾는 비율은 늘었지만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응찰차간 경쟁은 덜했다고 해석할 수는 있습니다.
주상복합의 위상조차 과거와 같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최근 건축된 주상복합이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처럼 고급화 전락을 펴지 못하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이젠 일반 분양 아파트도 평형 다양화에, 고급 마감재를 써가며 고분양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죠. 주상복합도 통풍과 채광이 떨어지는 구조에서 일반 아파트처럼 맞통풍이 가능하도록 판상형으로 바꿨고, 수요가 많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비중을 늘리며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갈수록 아파트에 밀리는 건 주상복합의 태생 탓이 크다고 봐야 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 건립되는 만큼 용적률을 최대한 높이다 보니 재건축시 불리해 노후화되면 가격 하락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일반 아파트에 비해 공용면적은 높은 반면 전용률은 낮은데도, 높은 토지가격 때문에 분양가격은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단점은 불황시 가성비를 따지게 될 경우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대출규제 강화에 미분양 물량까지 증가하고 있어 대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둔화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상복합의 부활은 묘연해 보입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주상복합 아파트는 단위당 분양가격을 낮추기 위해 공용면적을 높인 탓에 일반아파트보다 실제 전용률이 낮다”며 “입지가 우수하더라도 전용률, 분양가, 부대시설, 보안 등 상품의 특징을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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