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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가격이 내렸는데 왜 아무도 안 웃죠?

입력
2016.02.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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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하락에도 모두 아우성인 ‘이상한 계란시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계란 산지가격이 속절없이 폭락하면서 양계 농가들이 극심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란 값 폭락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가 비단 생산농가만이 아닙니다. 유통업체도 힘들다고 하고, 대형마트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합니다. 막상 소비자는 떨어진 가격을 별로 체감하지 못합니다. 생산자-유통업자-판매업자-소비자 중 웃는 이 하나 없는 이 상황, 과연 계란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8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계란 산지가격은 전년 동기(1,301원ㆍ특란 10개) 대비 약 24% 떨어진 995원을 기록했습니다. 생산비(1,152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죠. 계란 가격이 이처럼 하락하는 데는 구조적 공급과잉 탓이 큽니다. 최근 몇 년간 양계농가들은 수익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육시설 등을 꾸준히 대형화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계란을 낳는 닭(산란계)의 사육 마릿수는 2014년보다 7.8% 증가한 7,019만 마리에 달했습니다. 당연히 계란생산량도 2014년보다 3.1% 증가한 67만7,000톤을 기록했죠.

반면 공급과잉 때문에 폭락한 산지가격과는 달리 실제 소비자들이 접하는 소비자가격의 하락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실제 지난달 대형유통업체 기준 특란 10개의 소비자가격은 1,969원으로 2014년 1월(2,124원) 대비 하락폭이 7%에 그쳤습니다. 생산지 가격 하락폭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죠. 산지가격이 떨어져 양계농가가 힘들다고 아우성인데도 정작 소비자들은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양계농가들은 안 그래도 힘든데 유통업자에게 주는 ‘이면할인’ 관행 때문에 더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양계 농가들은 관행적으로 대한양계협회가 공시한 공시가보다 10개당 20원에서 25원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유통업체에 계란을 납품한다고 하는데요, 요즘은 이 할인폭이 30원까지 올라간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산지가격이 싸지다 못해 생산가격을 밑도는 상황인데, 거기다 더 할인을 해야 하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럼 유통업체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유통업체들은 대형마트 탓을 하고 있습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워낙 유통업체가 많아서 대형마트가 업체끼리 경쟁을 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싸게 넘기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가격 후려치기를 한다는 거죠. 이밖에 판매수수료를 요구하거나 계약서를 쓰지 않고 납품하는 관행도 여전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먹이 사슬’에서는 대형마트가 이익을 독식하는 상황일까요? 대형마트의 입장은 또 다릅니다. 산지가격이 폭락했는데도, 소비자 가격이 거의 변동 없는 이유에 대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작년 말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비싸졌으나 당시 자체 마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며 “이 때문에 올해 가격인하 폭도 생각보다 작아 보일 수 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당시에 덜 올렸기 때문에, 이번에 내릴게 별로 없다는 얘기입니다.

계란 가격은 작년 6~8월 산란기 병아리 사육의 증가로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전망입니다. 생산자들은 어떻게든 계란 값의 폭락을 막아보려 하지만 공급을 줄이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설을 대형화하면서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한 상태라 마릿수를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분간 계란시장에는 모두가 “힘들다”고만 외치고 웃는 이가 하나 없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생산자-유통자-판매자 중 어느 쪽의 얘기가 맞는 걸까요?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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