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발표 앞두고 임계치 넘을지에 관심 집중
못 미치면 中 당국 ‘통제력 상실’로 해석될 듯
7일 중국 인민은행의 외환보유액 현황 발표를 앞두고 국제금융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인민은행의 발표에서 가장 눈 여겨 볼 점은 중국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약 3,600조원)를 넘기느냐 여부다. 3조달러에 미치지 못한다면 위안화 방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신뢰도에 큰 금이 가는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6월 3조 9,900억달러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조 3,000억달러로 급감했다. 작년 한 해에만 줄어든 외환보유고가 5,127억달러로 한국의 총 외환보유고(1월말 기준 3,673억달러)의 1.4배에 달한다.
계속 경상수지에서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나라에서 외화가 빠져나가는 것은 중국의 경기둔화나 위안화 약세 상황을 예상해 투자자들이 중국 내에서 돈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에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돈도 있다.
국제시장에서 전문가들이 보는 중국 외환보유고의 심리적 지지선은 3조 달러다. 여기에 못 미치면 위기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의 분석가 다일리 왕은 “3조달러가 시장의 심리에 영향을 줄 임계점”이라고 분석했다. 소시에테제네럴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 기준을 이용해 외환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2조7,500만달러로 추산했다.
3조 달러가 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문제는 최근의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줄어든 외환보유액이 1,080억달러에 달한다. JP모건은 올해에만 중국 외환보유액에서 5,000억달러가 빠질 것으로 전망했고, 국제금융협회(IIF)는 5,520억달러 감소를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외환보유액 투자 대상의 유동성이 낮은 점 ▦그 중 2조8,000억달러가 이미 다른 부채 충당에 쓰이고 있을 가능성 등을 들어, 3조달러라 해도 실제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MF는 ‘통화당국이 통제 가능하고 상시 가용한 대외 자산’을 외환보유액으로 정의하는데, 다소 모호한 기준이라 나라마다 자의적으로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외환보유액이 시장불안을 높일 정도로 감소한다면, 중국은 급격한 위안화 절하와 자본유출 제한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 이상 위안화 가치 하락을 중앙은행이 떠받치지 못할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사실상의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받치던 힘이 사라지며 위안화 가치는 뚝 떨어지게 된다.
이게 아니라면, 자본유출을 제한해서 돈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율이 아닌 통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환율 안정에는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당국자의 발언 등을 볼 때 자본유출 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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