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과 관련, 전화통화를 가졌지만 대북 제재의 수위에 대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미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을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한반도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했다.
미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5일(현지시간) 긴급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예고에 따른 대응 방안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영향력이 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포함,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하고 단합된 국제사회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양국 정상은 또 ‘위성 발사’를 ‘탄도미사일 실험’이라고 규정하고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도발적이고 불안정한 행위’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두 정상은 이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덧붙였다.
미 백악관 발표는 마치 미중이 당장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서는 데 동의한 듯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지만 중국 외교부는 담담한 발표문을 내 놨다. 6일 중국 외교부와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5일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음력 설 새해 인사를 나눴다.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또 다시 핵 실험을 한 데 이어 (위성) 발사를 진행하겠다고 선포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한 뒤 국제 사회와 협조, 유엔 안보리 조치를 취하고 이 국면을 실효성 있게 대응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현재 한반도 정세는 복잡하고 민감하다”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각방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유엔 안보리 유관 결의와 국제 핵 확산 금지 체계를 지키는 것에 찬성한다”며 “미국을 포함해 유관 각방과 소통과 협조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발표문엔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또 ‘위성’이란 단어 조차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이 찬성하는 것도 강력하고 새로운 추가 대북 제재라기 보단 기존의 결의에 더 가깝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전화 통화에서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대북 제재의 수위와 정도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 차를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중국은 한반도 긴장을 더 고조시키면서 안정을 해칠 수 있는 강력한 제재엔 반대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 통화에서도 확인됐다.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하기 앞서 먼저 박근혜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가진 자리에서도 각국의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엔 핵이 있어선 안 되고, 한반도에서는 전쟁이나 난리가 일어나서도 안 된다”며 “나는 관련국들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원칙을 지키며, 냉정하게 이러한 정세에 대응하고 늘 대화와 협상의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은 어떤 상황 아래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고부동하게 힘 쓸 것”이라며 “이는 한중을 포함, 동북아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언급은 박 대통령이 먼저 “한국은 북한이 얼마 전 4차 핵 실험을 한 데 이어 (위성) 발사까지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은 국제 사회와 밀접하게 협조, 안보리가 하루빨리 대책을 내 놓고 한반도 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고 한 데 대한 답으로 나왔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통화를 갖고 한반도 핵 문제와 관련, 쌍방이 현 정세 아래에선 각방이 긴장을 격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행동을 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의견의 함께 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양측은 또 각방이 안보리 결의와 각방의 노력을 통해 한반도 핵 문제를 다시 담판으로 해결하는 궤도로 되돌리는 게 한다는 데 합의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중러 외교 수장이 통화를 가진 것은 중국이 북핵과 관련, 중국 방식의 전방위 외교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앞서 북핵 6자 회담 중국측 수석 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4일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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