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내 LP시장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가격이다. 국내 LP 가격은 평균 4만 원대로, 미국보다 1.5배 가량 비싸다. 영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아델이 지난해 발매한 ‘25’ 수입반 LP의 국내 유통가는 3만2,000원. 반면 조용필이 2013년 발표한 ‘헬로우’ LP는 4만7,500원, 김동률이 지난해 낸 ‘동행’ LP는 4만4,000원이다. 해외에서 수입해 온 LP와 비교해 국내 가수 LP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낮은 것이다. CD 음반 시장에선 물 건너 온 수입반이 당연히 국내에서 제작된 CD보다 비싼 것과도 대조된다.
문제는 열악한 국내 LP 제작 여건에 있다. 김영혁 서울레코드페어 본부장(김밥레코즈 사장 등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엔 LP를 제작하는 공장이 한 곳도 없다. 2011년에 LP를 찍는 공장이 하나 생겼다가 경영 악화 및 기술 문제로 문을 닫았다. 결국 국내 가수들이 LP를 제작하려면 일본, 영국, 독일, 체코 등 해외 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장당 제작 단가(약 3,000원)가 높을뿐더러 배(제작비)보다 배꼽(배송비)이 큰 탓에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전량 해외 제작은 발매 지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봉수 비트볼뮤직 대표는 “세계적으로 LP 생산량이 늘어 현지 공장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주문이 밀려 최소 3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부분의 가수들이 CD 발매 후 뒤늦게 LP를 내놓는 이유다.
더 큰 숙제는 LP 제작 전문가의 부재다. LP의 홈을 파는(커팅)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이 거의 다 은퇴를 한 상황. 2000년대 국내에 LP 공장이 있었을 때도 커팅 엔지니어가 없어 국내에서 100% LP 제작이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아예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컴퓨터 등으로 찍어낼 수 있는 디지털 매체 CD와 달리 사람의 손길이 하나하나 닿아야 하는 아날로그 매체 LP의 그림자이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 국내 LP 팬이 크게 늘었다지만 미국 등 해외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LP 가격이 조만간 떨어지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의 이사는 “우리나라는 아직 LP를 대량생산할 정도로 수요가 많지 않다”면서 “먼저 5만 원에 육박하는 높은 LP 가격이 떨어져야 10~20대들이 움직여 소비층이 넓어질 텐데 난제들이 많아 가수의 팬덤을 이용한 한정판 고가 전략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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