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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전화받은 시진핑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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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전화받은 시진핑의 뜻은?

입력
2016.02.06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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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 중국의 혁명 성지인 징강산을 방문,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신화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 중국의 혁명 성지인 징강산을 방문,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신화망

한달 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결국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며 사실상 강력한 대북 제재에는 반대했다. 이는 북한의 핵 실험과 위성 발사 예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익을 위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중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 3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어떤 상황 아래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고부동하게 힘 쓸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이란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이는 북한이 아무리 도발을 하더라도 중국은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는 그가 “한반도엔 핵이 있어선 안 되고, 한반도에서는 전쟁이나 난리가 일어나서도 안 된다”고 한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를 빌미로 해 각국이 중국의 대문 앞인 한반도를 전쟁 상황으로 끌고 가는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시 주석이 “나는 각방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란 대국에서 출발, 냉정하게 이러한 정세에 대응하고 늘 대화와 협상의 정확한 방향을 견지하길 바란다”고 한 대목에서도 이는 분명하게 확인된다. 미국처럼 B-52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는 무력 시위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 THAAD) 등의 군사적 협박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 즉 6자 회담 재개 등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중국 입장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을 겨냥, 북핵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경고까지 담고 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시점도 중국의 국익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5일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 실험 후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양국 정상간 통화를 장고 끝에 수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 주석이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관련, 외국 정상과 통화를 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란 점에서 나름 의미를 둘 수도 있다. 북한의 1~3차 핵 실험 당시엔 한중 정상 통화가 없었다. 그러나 시 주석의 통화는 북핵 6자회담 중국 수석 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북하고 귀국한 뒤 이뤄진 것이란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 대표는 방북기간 리수용 북한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6자회담 북측 수석 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나 더 이상 위기를 고조시키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 대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대표는 지난 4일 방북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며 “해야 할 말은 다 했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한에 우 대표를 파견, 자제를 촉구한 데 이어 한국에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를 통해 냉정을 주문한 셈이다. 남북한 균형 전략이다. 우리측 요청에 의해서 전화 통화가 이뤄진 게 아니라 중국식 해법의 진행 과정에서 통화가 성사됐다고 보는 게 더 진실에 가깝다.

이날 전화 통화가 설 인사 형식으로 이뤄진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밤 늦게 홈페이지를 통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양국 정상이 음력 설 인사를 나눴다고 가장 먼저 소개했다. 더구나 관영 신화통신이 관련 기사를 띄운 건 5일 밤 11시45분(한국시간 6일 0시45분)이었다. 가급적 양국 정상의 통화 사실이 크게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 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을 자극하기 않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했다.

한달 만에 이뤄진 한중 전화 통화에서 중국 최고지도자가 각국의 냉정을 주문하며 실효성 있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1~3차 핵 실험 후 대북 제재안이 상정되는 데 걸린 시간은 1~3주였는데 이번엔 이미 한 달이 지났다”며 “다음주엔 중국이 1주일 간 춘제(春節ㆍ우리의 설) 연휴임을 감안하면 대북 제재안은 일러야 이달 중순이나 가능, 사실상 김 빠진 제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둔 5일 인천시 서구정서진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둔 5일 인천시 서구정서진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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