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차림은 화려하지 않다. 그래도 영화 각각이 독특한 맛을 지녔다. 올해 설날 극장가의 특징이다.
설 연휴는 극장가 대목이다. 올해는 덩치 큰 한국영화들이 맞대결을 피했다고는 하나 만만치 않은 흥행대전이 예상된다. 강동원 황정민이 주연한 영화 ‘검사외전’이 출사표를 던졌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3’가 이미 극장가를 장악했다. 명절 시장에선 외면 받던 다양성영화들이 올해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강동원이냐, 잭 블랙이냐
충무로 대표 배우와 할리우드 코미디 배우가 맞대결하는 형국이다. ‘검사외전’은 배우 진용만 봐도 화려하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라는 말까지 듣는 스타 강동원이 능글능글한 사기꾼 치원을 연기하고, ‘국제시장’과 ‘베테랑’을 연달아 흥행시킨 황정민이 다혈질 검사 재욱으로 출연한다. 급한 성질 때문에 음모에 휘말려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 재욱이 치원을 활용해 복수에 나서는 과정을 조밀한 이야기 전개로 전한다.
‘쿵푸팬더3’는 지난달 28일 개봉해 상영 첫 주에만 150만 관객을 모았다. 1편 ‘쿵푸팬더’와 ‘쿵푸팬더2’가 모은 관객만 1,000만이 넘는다. 영화 인지도가 높고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전체관람가라는 이점을 지녔다. ‘잭 블랙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쿵푸팬더3’의 주인공 포 목소리를 연기한 할리우드 스타 블랙은 지난달 방한 기간 중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호감도를 한껏 올려 놓았다.
‘검사외전’과 ‘쿵푸팬더3’의 2강 구도 속에 한국-중국 합작영화 ‘나쁜 놈은 죽는다’도 관객몰이를 노린다. 충무로 스타 손예진과 신현준이 출연하고 중국 배우 천보린이 가세했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의 강제규 감독과 중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로 불리는 펑샤오강이 제작에 나섰고, 중국 감독 순하오가 메가폰을 잡았다. 화려한 진용에 비해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섞은 할리우드 영화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는 틈새시장을 노린다. 귀여운 악동 다람쥐들이 펼치는 소동이 흥겨운 음악을 배경으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작은 영화들의 성찬
다양성영화 팬들에게는 블록버스터나 다름없는 영화 두 편이 설 극장가에 선보인다. 감독과 배우의 명성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가슴이 설렐 만한 작품들이다.
영국-미국 합작영화 ‘캐롤’은 고전적 풍취가 도드라지는 멜로영화다. 195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두 여인의 만남과 사랑을 그려낸다.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며 사진가를 꿈꾸는 테레즈(루니 마라)와 부유한 사업가의 아내 캐롤(케이트 블랜쳇)의 애틋한 사연이 스크린을 채운다. 감독은 토드 헤인스. ‘벨벳골드마인’과 ‘파 프롬 헤븐’ 등으로 국내 다양성영화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1950년대의 보수적인 시대상을 배경으로 20세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소품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전영화를 연상시키는 단아한 색채, 인물들의 정서를 면밀하게 포착해내는 카메라 등이 인상적이다. 블랜쳇과 마라의 빼어난 연기만으로도 볼 만한 작품이다. 블랜쳇은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에, 마라는 여우조연상에 각각 후보로 올라가 있다.
대만 감독 허우샤오시엔이 7년 만에 만든 영화 ‘자객 섭은낭’도 설날 다양성영화 시장을 노린다. 허우 감독은 ‘비정성시’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대만영화를 세계에 알린 인물로 유명하다. ‘동년왕사’와 ‘연연풍진’, ‘쓰리타임즈’, ‘밀레니엄 맘보’ 등으로 국내 열성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등장인물도 낯익은 배우들이 연기했다. 대만 출신으로 서구에서도 인기가 높은 수치가 자객 섭은낭을, 장첸이 섭은낭의 소꿉친구이자 옛 정혼자인 전계안 역을 맡았다. 한 비밀조직에서 자객으로 길러진 섭은낭이 전계안을 죽여야 하는 운명에 맞서는 과정을 당나라를 배경으로 보여준다. 무협영화라고는 하나 인물들의 심리 묘사 등 정적인 면모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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