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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7년 만의 진범 출현이 드러낸 총체적 형사사법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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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7년 만의 진범 출현이 드러낸 총체적 형사사법 부실

입력
2016.02.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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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99년 2월6일 새벽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일어난 강도살인 사건에 대해 이모씨가 자신이 진범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최근 억울한 옥살이를 당한 피해자들을 찾아가 사죄했다. 당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이들은 “수사가 강압적으로 진행됐다”며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사법 정의 차원에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확고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관련자 진술과 그 동안의 정황을 종합하면, 경찰과 검찰의 무리하고 허술한 수사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슈퍼에 3인조 강도가 들어 주인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이 동네 전과가 있는 청년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할머니와 함께 있던 조카가 범인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고 진술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실적 쌓기에 급급한 경찰은 만만한 용의자들을 구타하고 협박해 억지 자백을 받아냈다. 수사 도중 진범들의 친구가 “범인이 따로 있다”고 제보를 했지만 이미 자백을 받아낸 마당이어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검찰은 한술 더 떴다. 부산지검이 똑 같은 제보를 받고 수사, ‘부산 3인조’로부터 자백을 받고 물증까지 확보해서 사건을 관할하던 전주지검에 넘겼지만 깡그리 묵살됐다. 이미 ‘삼례 3인조’가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뒤여서 스스로의 수사 오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진범임을 고백한 이씨는 “경찰과 검찰에 우리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지만 오히려 ‘다 끝난 사건인데 뭘 그러느냐’는 으름장을 들었다”고 말했다.‘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무고한 범인을 만들지 말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은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수사 기관뿐 아니라 사법시스템도 허점을 노출했다. 당시 국선변호인은 삼례3인조의“억울하다”는 호소에 “그러면 형량만 많이 나온다”며 무마하려고 했다. 법원도 허위자백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 유죄판결을 한 데 이어 재심 청구까지 검찰 판단이 내려졌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결국 경찰과 검찰, 변호인, 재판부 등 어느 누구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잘못을 바로잡지 못했다.

법원은 이제라도 두 번째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관련자들의 잘잘못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살인자 누명을 쓴 삼례 3인조의 삶이 철저히 망가졌다는 점에서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과 위로도 불가결하다. 경찰과 검찰, 법원은 재심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사법시스템의 허점을 철저히 점검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법정의에 대한 국민의 실추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 후유증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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