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컬러 골프공 돌풍 일으킨
문경안 볼빅 회장 쓴소리 던져
“국산공=싸구려 인식 불식시켜
브랜드는 그 나라 국기와 같아
기업ㆍ선수가 함께 똘똘 뭉쳐야”
“한국의 유명 골프선수들이 일본 골프공 상표를 모자에 달고 다니는 것을 보면 일장기를 단 것과 같은 생각이 들어 늘 안타까웠습니다.”
국산 컬러 골프공 돌풍을 일으킨 문경안(58) 볼빅 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해외 수입 골프공을 쓰고, 그 상표를 모자에 달고 다니는 현실에 가슴 아파 했다. 그는 38가지 형광 색깔의 국산 컬러공으로 전 세계 컬러 골프공 시장을 평정했다. 불과 5년 만에 이뤄낸 업적이다. 비거리와 내구성, 방향성 등에서 뛰어난 성능이 입증되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에서 뛰고 있는 선수 12명이 볼빅공을 사용하고 있다. 문 회장은 “고품질에 고가 전략으로 ‘국산공= 싸구려공’ 이미지도 불식시켰다”고 자부했다.
4일 서울 강남구의 볼빅 본사에서 만난 문 회장은 수십년간 기업체를 운영하며 몸소 느꼈던 ‘브랜드 애국론’에 대해 2시간 가까이 쏟아냈다. 문 회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곧 그 나라 국기와 동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 스포츠대회에서는 누가 우승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었지만 지금은 그 선수가 착용한 옷과 사용한 장비 등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바로 스포츠 브랜드를 활용한 마케팅, 스포츠산업이 전 세계적 관심사라는 것이다.
볼빅을 운영하며 그가 못내 아쉬운 건 해외 브랜드가 막연히 ‘품위 유지’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골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 선수들은 자국 기업들과 똘똘 뭉쳐 ‘기업 후원-선수 홍보’라는 선순환 구조를 갈수록 탄탄하게 하는데 정작 골프로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은 오히려 ‘기업과 선수가 따로따로’ 라는 것이다. 문 회장은 “일본 브랜드를 사용하는 한국 선수가 우승하면 우승 상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금액을 일본 회사가 벌어들이게 된다”면서 “한국 선수가 우승했지만 산업적으로 봤을 때는 일본이 우승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한국 선수가 일장기를 모자에 달고 뛰는 것과 같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지금은 단순히 애국에 호소해 물건을 팔던 시대는 지났다. 문 회장 역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애국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면서 “일본 선수들은 자국 브랜드의 기술력이 떨어져도 철저하게 자국 브랜드를 사용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문 회장은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세계적 브랜드 육성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산업의 기술적인 부분은 평준화된 만큼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바로 브랜드”라며 “스포츠 브랜드를 만들어 팔아 그 돈으로 선수를 후원하고, 다시 그 선수를 통해 마케팅을 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차원에서 볼빅은 5년 전부터 초ㆍ중 골프선수 100명을 후원하고 있다. 이들이 커서 볼빅 모자를 쓰고 우승하면, 볼빅의 제품이 잘 팔리고 다시 볼빅은 유소년들을 후원하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식이다.
국내 전체 골프공 시장 점유율을 30% 안팎까지 끌어올린 문 회장은 해외 시장 점유율을 7% 안팎까지 확대하는 게 향후 과제다. 그래서 브랜드 마케팅에 전체 매출의 30~40%를 매년 투입한다. 어중간하게 투자했다간 살아남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5월26일 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 대회를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회장은 “인도, 중국, 아프리카 등이 이제 막 골프에 눈을 뜨기 시작한 만큼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