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역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문자가 날아온다. 내용이 참 저열하다. 의례적으로 지역구민의 안녕을 비는 것만도 아니다. 일일이 기억나진 않지만, 구민 여러분 덕에 우수의원상을 받았다는 둥의 내용이 많았다. 무시하고 말 일이지만, 때론 짜증이 치밀 때가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당신이 내 살림살이에 보태준 거 뭐 있어, 라며 쌍욕과 함께 대거리하고 싶어졌다면 나는 열등시민인 건가. 물론 그러진 않았다. 다만 만성이 된 정치 혐오가 되새김질 되면서 갈수록 유치해지는 선거판 행태들에 구역이 치미는 게 때로 피곤할 뿐이다. 언젠간 이런 일도 있었다. 술집에 있는데 한 구의원 후보가 들어와 명함 돌리며 하는 말. “이래 봬도 서울 법대 출신입니다.” 어이가 없어서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여성분이었는데, 이 사람에 비하면 서울 법대는커녕 초등학교도 못 나오신 내 어머니는 정말 제대로 살아오신 분이라는 자부심이 도드라지는 게 엉뚱하면서도 뿌듯했다. 서울 법대든 하버드 로스쿨이든 그런 허울로 환심 살 수 있다는 태도는 어떻게 가능한 건지, 내 상식이 유치한 건지 순진한 건지 이래 보고 저래 봐도 의아하기만 했다. 나중에 그분이 당선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참 술맛 도는 세상이구나, 싶어 다시 그 술집에 갔었다. 두 달 후 총선이다. 웬만하면 홧술 권하진 말아주시고, 자꾸 지분대는 지역구 의원님. 이미 한 표 잃었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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