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한이(37)는 올해도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꾸준함의 상징이기도 한 그는 올 시즌 16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와 통산 2,000안타 달성을 앞두고 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반짝’한다고 이룰 수 없는 대기록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정작 박한이는 기록을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말한다.
대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맡은 주장의 책임감이 그를 더욱 채찍질하는 중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여덟이 된 그는 삼성 선수단 내에서 이승엽(40)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지만,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타 팀들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는 10개 구단 주장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최연소 주장인 넥센 서건창(27)과는 열 살 차이다. 박한이는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고참이 주장을 하면 바뀔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선수들이 뽑아준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유난히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통합 5연패가 좌절된 삼성은 챔피언에서 도전자로 입장이 바뀌었다. 주축 선수였던 박석민(NC)과 나바로(지바 롯데)가 팀을 떠났고, 마무리 임창용도 지난해 말 보류 선수 명단에서 방출됐다. 지난해 10월 삼성을 덮친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의 그림자도 아직 다 걷어내지 못했다. 박한이는 “분위기가 어수선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1년 농사의 시작이라는 전지훈련부터 팀 분위기를 더 좋은 쪽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록 보다 팀을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1년 프로 입단 첫 해부터 117안타로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려낸 그는 지난 시즌 110안타를 기록하며 15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 행진을 이어왔다. 올 시즌까지 100안타 이상을 때려낸다면 이 부문 역대 최다 기록인 양준혁(은퇴)의 16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지난 15년간 통산 1,922안타를 때려내 2,000안타까지도 단 78개만 남겨놨다. 통산 2,000안타 기록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5명만 이뤄낸 대기록이다.
박한이는 “주장이 아니었다면 기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을 거다. 올해가 참 중요한 시기다. 2,000안타도 바라보고, 16연 연속 100안타 도전도 하지만 지금은 기록을 신경 쓸 겨를 이 없다”고 말했다. 고참으로, 주장으로 팀을 잘 이끄는 게 최우선이라는 의미다. 그는 “후배들이 힘든 이야기를 하면 잘 들어주는 주장이 되고 싶다. 잘 다독거리면서 후배들을 이끌어 나가고 싶다”며 “기록은 나중 문제다. 지금은 주장으로서 팀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할 때다. 기록은 부상 없이 뛰다 보면 나올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지금은 팀을 위해서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남다른 책임감을 보였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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