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집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놓고 이어진 강원도의회와 강원도교육청의 대립이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27일 촉발됐다. 김시성(52ㆍ새누리) 강원도의회 의장이 민병희(62) 강원도교육감의 본회의 신년연설을 불허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의장은 “누리과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신년연설을 듣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다”며 민 교육감을 단상에 오르지 못하도록 했다.
김 의장의 공세는 지난 4일 열린 본회의 장에서도 이어졌다. 속초지역 시민단체가 민 교육감의 신년 연설을 불허한 김 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이 빌미가 됐다. 김 의장은 ‘의회에 대한 도전’ ‘개탄스럽고 유감’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본회의가 끝난 후 김 의장과 마주친 자리에서 민 교육감은 “해당 성명이 교육청과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역시 “누리과정 문제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교육감이 지역 단체를 사주해 성명서를 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김 의장의 행동이 의도된 액션인지, 아니면 그 동안 쌓인 감정이 폭발한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 의장과 같은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은 “(김 의장이) 교육계 수장인 민 교육감이 앞으로 불거질 수도 있는 보육대란을 해결할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불만을 터뜨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교육감의 연설을 가로막은 김 의장의 행동은 누리과정 사태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도의회를 이끌어야 할 수장이 해서는 안 될 부적절 한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의회는 다음달 임시회를 열고 민 교육감을 상대로 도정질의를 벌인다. 곪을 대로 곪은 양측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 지 주목된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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