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제조업체 근로자들이 메틸알코올에 급성 중독돼 실명 위기에 처했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경기 부천시 소재 삼성전자의 3차 협력업체인 A사에서 일하던 근로자 B(29)씨가 퇴근 후 갑자기 시력에 이상이 생겨 인근 병원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B씨는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현재 실명위기에 놓였다. 그로부터 약 1주일 뒤에도 다른 근무자 C(29)씨가 눈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고, 나흘 뒤에는 D(20)씨마저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병원 검사를 받았다. 앞서 작년 연말에는 삼성전자의 다른 업체인 E사 소속 근무자 F(25)씨도 왼쪽 눈이 실명되고 오른쪽 눈의 시력이 손상돼 지금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이들은 작업 현장에서 인화성 액체인 메틸알코올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에서는 알루미늄을 자를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용액으로 고농도 메틸알코올을 사용하는데, 근로자들이 그 증기를 흡입한 것으로 고용부는 보고 있다. 당시 근로자들은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전혀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메틸알코올은 고농도로 흡입할 경우 중추신경계 장애가 유발되고 실명까지 야기할 수 있는 위험물질이다.
A사의 사고는 지난달 22일 B씨를 진료한 의사가 고용부에 알려 드러났으며 정부는 즉각 작업환경 측정과 근로자 건강진단 명령을 내렸다. E사의 사고는 회사가 지난달 28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처리를 문의하면서 밝혀졌다. 정부는 이들 사업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하고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엄격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전국에 있는 메틸알코올 취급업체 중 관리가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3,100여곳에 대해 다음달 10일까지 화학물질 관리실태 전반에 대해 일제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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