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흙수저에 희망 메시지 줘”
더민주 성장론에 반영 주문
안철수 “위대한 혁명 조짐 봤다”
국민의당도 정책 벤치마킹 예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파장이 서울 여의도에도 상륙했다.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샌더스 바람을 앞다퉈 거론하며 벤치마킹에 나섰다. 미국인의 가슴을 뛰게 만든 그의 열기를 비슷한 처지의 한국에 도입,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민주사회주의자인 샌더스는 소득 불평등, 사회 양극화 문제를 40년 넘게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정치인으로, 중산층 붕괴가 가속화 한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때는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언인가’가 우리 사회에서 이슈로 등장,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번에 샌더스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3일 비대위회의에서 “샌더스 열풍이 세상을 흔들고 있다”며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금수저 기득권만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우리는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고, 흙수저들에게 희망을 주는 새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비공개 회의에서 샌더스 돌풍을 거론하며 당의 경제 공약인 ‘더불어성장론’의 내용을 개선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발언 다음날인 4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샌더스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날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서 열린 ‘안철수 천정배 장하성의 경제토크 콘서트’에서 그는 샌더스 돌풍을 언급한 뒤 “위대한 혁명의 조짐을 봤다”며 “한국에서도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려는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분노를 통한 행동으로 참여함으로써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공동대표는 발언 도중 “샌더스 후보의 주먹 쥔 사진을 보고 ‘참 우연이다’ 싶었다. 저도 며칠 전 대표 수락연설 때 주먹을 쥐고 싸우겠다고 여러 번 외친 기억이 있다”며 주먹 쥔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정치 경력 40년이 훌쩍 넘는 샌더스의 구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신이 지향하는 지점만큼은 샌더스와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안 공동대표는 주먹을 쥔 채 “성장의 열매를 누리는 20%와 거기서 소외된 80%가 있다. 80% 국민들을 위해 싸우겠다”고도 했다. 이는 샌더스의 연설을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샌더스 마케팅 바람은 예비후보들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다. 안 공동대표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이날 출사표를 던진 이동학 더민주 예비후보는 출마 회견에서 “샌더스가 이야기한 기득권층의 문제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를 감싸고 있는 불공평, 불공정, 부정의, 부정부패를 바로잡고 변화시키며, 새로운 미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이렇다 할 ‘쟁점축’을 만들지 못하고 있던 정치권이 샌더스 열풍이라는 호재를 만났다”며 “4년 전 선거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 열풍이 분 것처럼 이번엔 샌더스가 지적한 각종 불평등과 불공정 이슈들이 선거 쟁점 축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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