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대상 공공기관 115곳 중
100곳 10개 도시로 이사 마쳐
2030년 계획 이주민 38% 채워
지역인재 채용률 13%에 그쳐
직원들 자녀 학업ㆍ맞벌이 탓
가족 동반 이주율 현저히 낮아
#. 경남 진주혁신도시 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근무하고 있는 40대 김모 차장은 주말에만 서울에서 가족과 만나는 ‘기러기 아빠’다. 자녀 2명이 중ㆍ고등학생이라 학군 때문에 거주지를 쉽게 옮길 수 없는데다, 아내도 생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진주로 내려가길 원치 않아서다. 그는 “평일에는 진주 LH 본사 근처 아파트에서 비슷한 처지의 과장, 차장 등 3명과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울산ㆍ강원ㆍ경북혁신도시 내 26곳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9%대에 머물고 있다. 1년 전보다 고작 0.1~3.7%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이들 지역에서 일하는 한 공공기관 직원은 “부산이나 대구 등 대도시는 지역 내 대학이 많아 채용 부담이 덜할 테지만 외진 곳들은 인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 10곳 가운데 8곳이 새 둥지에 안착했다. 주민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세금도 많이 걷히는 등 외형적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공공기관 직원 및 가족들의 이주율이 낮고 지역인재 채용률이 10%대에 그치는 등 내실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혁신도시 이전 대상 115개 공공기관 중 100곳이 전국 10곳 혁신도시로의 이사를 마쳤다. 정부는 수도권에 몰려 있는 공공기관들을 지방의 거점지역에 조성하는 작업을 2005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전한 공공기관과 그 지역의 산ㆍ학ㆍ연이 협업을 활발히 하고 인재를 양성해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성공한 모습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10개의 혁신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은 총 10만4,046명. 2030년까지 계획한 이주민(27만1,000명)의 38%를 채운 셈이다. 혁신도시의 지구 지정이 2007년에 이루어졌고, 이후 입주(아파트)를 시작한 것이 2013년인 걸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인구 유입이 되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특히 부산혁신도시 인구는 현재 7,795명으로, 계획인구(7,000명)를 초과했다. 울산혁신도시(1만7,270명)와 전북혁신도시(2만1,056명)도 각각 계획인구의 86%, 73%에 도달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에게 가장 반가운 것은 세수 급증이다. 지자체들이 혁신도시에서 거둬들인 지방세는 지난해 7,442억1,000만원으로 전년(2,127억6,200만원)보다 250%나 증가했다.
이렇게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수치는 확연히 증가세지만 혁신도시의 정착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혁신도시 내 지역인재(이전 공공기관이 있는 광역시나 도의 대학을 졸업한 자) 채용률은 13.3%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역인재채용이 가장 활발하다는 부산혁신도시가 27.0%에 달한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직원들(3만6,000명)의 가족 동반 이주 비율이 현저히 낮다. 작년 8월말 기준 24.9%에 불과하다. 직원 4명 중 3명은 주중에 혼자 혁신도시로 내려가 생활하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혁신도시 내 교육, 생활편의 인프라가 아직 부족해 한창 학업에 힘써야 하는 자녀들, 맞벌이 부부가 함께 이주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인재채용률을 높이기 위해 할당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수도권 출신에 역차별이 되는 측면이 있어 자율적으로 채용 방식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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