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수혈에 의한 지카(Zika)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되는 등 사람간 전염에 대한 공포가 고조되는 가운데 각국이 지카 바이러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브라질 캄피나스 시에서 지난해 초 간이식 수술로 수혈을 받은 환자 등 2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 됐다는 사례가 보고됐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캄피나스 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환자들이 초기에 뎅기열 증상을 보여 최근까지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의 사람 간 2차 감염 공포가 현실화하며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하루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여성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브라질 보건 당국은 간이식 수술 환자들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확실히 수혈에 의한 전파인지는 더 조사해야 한다”고 단정을 피했지만, 헌혈과 수혈에 의한 감염 사례는 앞서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수 차례 보고된 바 있다.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꼽히는 브라질은 모기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3일 공영방송을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 박멸을 위해 정치와 경제 문제를 잠시 제쳐두고 모기와의 전쟁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쟁 중단을 요청했다. 브라질 당국은 13일부터 군 병력 60%에 해당하는 22만 명을 동원해 모기 박멸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는 브라질에선 카니발 축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리지우 시메르만 브라질 전염병학회 회장은 “수일 내 전국 곳곳에서 시작되는 카니발로 감염자가 늘어나고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지역이 경제난을 이유로 앞서 카니발을 포기하기도 했지만 평소보다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는 축제 동안 모기의 번식은 어쩔 수 없이 활발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궁지에 몰린 브라질 당국은 카니발 기간 축제참여자들의 성관계로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이달 동안 전국에서 콘돔 500만개를 무료 배포할 예정이라고 영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역시 퍼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남미 노선을 오가는 항공기 승무원의 근무지 조정 대책이 나오는 등 부산한 모습이다. 유나이티드 항공과 델타항공 등은 이날 바이러스 창궐 지역으로 향하는 국제선 근무 조종사와 승무원의 근무지 변경을 용이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3일 카리브해와 접한 미 플로리다 주는 환자 9명이 거주하는 4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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