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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육청도 일조한 예지중ㆍ고 교장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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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육청도 일조한 예지중ㆍ고 교장 갑질

입력
2016.0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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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기자
최두선 기자

대전 예지중ㆍ고는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이나 만학도를 위한 교육 시설이다. 1997년 대전ㆍ충남지역에서 유일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지정 받은 이래 지난해 2월까지 3,7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졸린 눈을 부비고,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희망의 싹을 틔웠다. 4일에도 300여명의 졸업생이 2년 간의 배움을 마치고, 감격의 졸업식을 치렀다.

그런 예지중ㆍ고의 박 모 교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식밖의 ‘갑질’을 했다. 박 교장은 학교의 자가 건물 확보 등을 거론하며 전 교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신용대출통장을 만들게 했다. 일부 교사들이 대출받은 돈을 수 천만원씩 학교 계좌가 아닌 자신의 계좌로 이체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교직원 인건비를 못 주게 되자 간부 교사에게 신입생 모집을 못했으니 책임을 지라며 1억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이후 박 교장은 대출을 거부한 간부 교사에게 공개석상에서 ‘배은망덕’운운하며 모욕감을 안겼다. 이사회에서 해고든 파면이든 결정할 수 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박 교장은 또 명절 인사나 자기성장비 등을 들먹이며 상납을 요구했다. 일부 교사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바치거나 짐을 쌌다. 교사들에게 공공연하게 식사대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황당한 교육현장이 어째서 여태껏 방치됐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감독기관인 대전시교육청부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사장과 교장의 겸임 문제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 전임 설립자 겸 교장이 불법적인 학교 운영으로 2012년 물러난 뒤 이사장과 교장의 겸임을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뒤인 2015년 박 교장이 이사장과 교장의 겸임을 요청하자 이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이 이사장ㆍ교장 겸임에 문제가 있다고 해놓고 불과 몇 년 만에 이를 번복했다. 시교육청은 법률 검토를 해보니 문제가 없어 승인했다고 해명하지만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교육청의 한 공무원은 “행정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학교의 건전한 경영 측면에서도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예지중ㆍ고의 이런 사정도 파악 못한 채 이 학교에 대한 올해 보조금을 지난해보다 무려 1억7,000여만이나 늘린 7억 2,600여만원으로 편성했다. 평생교육법과 시행령을 적용하다 보니 감사나 조치 등에 한계가 있다는 구차한 변명에 급급하다.

시교육청의 이런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예지중ㆍ고 학생과 교직원, 졸업생 등은 ‘봐주기 식’ 아니냐는 불신을 토로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제라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더불어 명명백백한 조치를 내려야 마땅하다. 예지중ㆍ고가 대전을 대표하는 평생교육시설로 더욱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모든 의혹과 불신을 털어내야 한다. 어려운 형편을 딛고 배움을 통해 꿈을 설계하는 만학도나 청소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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