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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은커녕…” 재래시장 시름의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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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은커녕…” 재래시장 시름의 설

입력
2016.02.0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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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이틀 앞둔 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복ㆍ침구 상가가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설 연휴를 이틀 앞둔 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복ㆍ침구 상가가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제수품 마련 대형마트에 치이고

온라인 장터에 뺏기고…

“꽁꽁 언 소비심리 지갑 안 열어

손님 아예 없는 날도 있어요”

노점ㆍ아동복 상가 을씨년

“설 대목인데 손님이 늘기는 커녕 오히려 줄었어요. 명절이나 평소나 공치는 것은 똑같아요.”

설 연휴를 이틀 앞둔 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먹자골목 초입에서 건어물과 견과류를 파는 한 상인 김 모(73)씨는 푸념부터 늘어 놓았다. “우리는 연휴가 길면 더 힘들어요. 연휴라고 여행들을 떠나니 사람이 평소보다 더 없죠. 제사음식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사요.”

설 대목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들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양말 등을 파는 노점상 이 모(70)씨는 “장사도 되지 않고 날씨도 추워서 아예 며칠 쉬었다”며 “지난해에는 하루 매출 10만원 정도 올렸는데 올해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차례상이 간소화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뜸해진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으로 명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재래시장에서 설 특수는 아예 사라졌다.

전자상거래 업체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 사과ㆍ배, 밤, 나물, 북어ㆍ황태, 곶감, 약과 등 제사음식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제기세트도 38% 판매가 늘었다.

주로 의류와 가방, 장신구 등을 파는 남대문 중앙상가 쪽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상가 1층에 100명 남짓한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여성 의류를 파는 김 모(64)씨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며 “손님이 아예 없는 날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아이들을 위한 설 빔 등을 사느라 붐비던 아동복 도매상가도 찬바람이 돌았다. 의류를 파는 장기자(53)씨는 “예전에는 2,3개씩 사갔는데 지금은 확실히 물건들을 덜 산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북2문에서 남1문까지 길게 늘어선 먹자골목으로 유명하다. 녹두빈대떡과 마약김밥 등 유명 먹거리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만 대부분 음식만 먹고 돌아설 뿐 정작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음식을 사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마저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15년째 이곳에서 영광 굴비를 파는 강분자(49)씨는 “예전에는 제수용이나 선물용으로 굴비를 많이 사갔는데 요즘은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간다”며 “설은 1년에 한 번 있는 대목인데 올해 유난히 힘들다”고 말했다. 영유아용 한복을 팔고 있는 한 상인도 “차라리 지난해가 나았다” 고 푸념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얼어붙은 소비심리 탓에 설 선물세트 매출이 예년과 달리 줄어들고 있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설 선물세트가 예년과 달리 판매가 줄어 걱정”이라며 “주로 작은 기업들이나 개인들이 사가는데 그만큼 올해는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오주환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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