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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살린 건 8할이 그로저, 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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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살린 건 8할이 그로저, 그 뒷이야기

입력
2016.02.0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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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르기 그로저/사진=구단 제공.

임도헌(44) 삼성화재 감독은 3일 대전 충무체육관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홈경기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부상당한 외국인 주포 괴르기 그로저(32) 때문이다.

그로저는 앞서 무릎 건염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 후 통증을 호소해 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 오른쪽 무릎 건염 소견을 들었다. 그러나 그로저는 지난 1일 펼쳐진 한국전력과 경기에 출전을 희망했다.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그는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33득점(공격성공률 46.77%)을 기록했다. 팀이 세트스코어 2-3으로 지면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팬들의 그의 출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임 감독은 대한항공과 경기 전 그로저에게 "출전 여부를 스스로 정해라"고 주문했다.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선 갈 길이 바쁘지만, 선수를 혹사시키지는 않겠다는 의지였다.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용병 의식'이 있어 부상 중에는 무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로저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더니 곧바로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그로저의 활약은 빛났다. 그는 양팀 최다인 33득점을 올리며 상대팀 외인 모로즈(23득점)를 압도했다. 공격성공률도 56%를 기록한 그는 팀이 세트스코어 3-1(25-21 24-26 25-16 25-22)로 승리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1세트부터 90%의 공격성공률로 10득점을 폭발시킨 그는 3, 4세트에서도 고비 때 마다 시간차 공격과 블로킹 등을 통해 득점을 올리며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 불씨를 살렸다.

4위 삼성화재는 이날 승리로 승점을 48(17승11패)로 끌어올리며 3위 대한항공(17승12패 승점 52)을 바짝 뒤쫓았다. 3위 팀과 승점 차가 3점 이내인 4위 팀은 준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다.

임 감독은 경기 후 그로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로저는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는데도 출전을 강행했다. 열심히 뛰어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임 감독은 "사실 (그로저의) 출전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하지만 그로저는 오늘 경기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그로저에 대해 "솔직히 말해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로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에이스와 리더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한편 삼성화재에 쫓기고 있는 김종민(42) 대한항공 감독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선두 싸움은 힘들어졌다. 이제 플레이오프 직행을 목표로 하겠다"며 삼성화재와 치열한 순위싸움을 예고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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