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판 '런닝맨'
방송도 한류 3.0 시대를 맞았다. '겨울연가'가 일본 한류를 촉발시켰다면 '별에서 온 그대'는 아시아 한류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장악했다. '별그대' '상속자들' '런닝맨' 등의 콘텐츠가 대박을 치면서 수출 시장의 확대뿐 아니라 한류의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포맷이나 콘텐츠 수출에 그쳤던 과거에서 벗어나 제작으로 한류 3.0 시대로 발전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 자본과 세련된 한류 콘텐츠가 결합하면서 중국에서는 새로운 콘텐츠가 쭉쭉 성장하고 있다. 김영희('일밤'), 장혁재ㆍ 조효진 ('런닝맨' 'X맨'), 표민수 ('프로듀사'), 신우철 ('시크릿가든'), 장태유('별에서 온 그대') PD 등이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현장을 이끌고 있다. 중국 광전총국의 사전심의제가 TV뿐 아니라 온라인까지 확대돼 새로운 한중합작 프로그램이 대거 탄생하고 있다.
중국 자본과 한류 콘텐츠의 결합으로 인한 나비효과는 거세다. 중국 심의 통과를 위해 사전제작 드라마가 생기면서 국내 제작환경이 좋아졌다. 쪽대본 밤샘촬영 등의 열악한 제작 환경이 줄었고, 배우나 제작진이 작품성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영애·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더 허스토리', 수지·김우빈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 박서준·박형식의 '화랑', 이준기·아이유의 '보보경심:려' 등이 대표적이다.
▲ 중국판 '나는 가수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暗)이 있는 법. '쉬운 수출'을 위해 중국 자본을 마구잡이로 끌어 쓰다 보면 인력 유출, 자본 잠식, 콘텐츠 고갈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꽃보다 남자', '장난스런 키스' 등으로 아시아 시장을 주름잡다 중국 투자 이후 드라마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됐다.
이는 대만과 마찬가지로 한류도 결국 중국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국내 제작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투자가 늘면서, 중국 쪽 의견을 작품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한류 수익의 보고다. 콘텐츠 시장의 확대, 기대수익 증대 등 부가가치 창출이 당분간 꾸준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과의 협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다만 콘텐츠 제공자로서 주체적인 위치를 계속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교다녀오겠습니다'의 한중 연출을 맡은 JTBC 오윤환PD는 "중국은 자본의 힘이 절대적이다. 낙후됐던 과거와 달리 요즘 중국 방송 시스템이나 기술 수준이 우리만큼 탄탄하다. 노하우에 대한 습득도 빨라 금방 따라온다. 때문에 중국 시장에 한류의 필요성을 계속 환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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