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검토했다가 없었던 일로
지난해 말부터 직원들과 갈등
“윤장현 시장의 비선실세 K씨
고교 후배여서 봐줬나” 불만
지난달 20일 발생한 광주시 전 경제정책자문관 A씨의 공문서 탈취사건(본보 2월 2일자 15면)과 관련, 광주시의 미지근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시는 A씨의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보고 한때 A씨를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A씨가 전남도 정책자문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흐지부지됐다. 특히 A씨가 윤장현 광주시장의 인척이자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책자문관 K씨의 고교 후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의 미온적 대처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4일 시에 따르면 광주시감사위원회는 조만간 A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A씨를 파견한 국책은행에 문서 탈취와 관련된 사실을 통보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광주시청 7층 도로과 사무실에서 직원이 보고 있던 제2순환도로 재정보조금 인하 관련 협상 자료를 빼앗은 뒤 자신의 사무실로 달아나 문을 걸어 잠갔다. A씨는 금융기관 소속이지만 지방공무원법 파견근무 조항에 따라 당시 공무원 신분으로 볼 수 있어 시가 관련법과 지침에 따라 A씨를 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감사위원회는 A씨의 부적절한 행위를 소속 국책은행에 통보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해졌다. 시가 이처럼 A씨의 공문서 탈취사건을 대충 덮고 넘어가려 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A씨가 윤장현 시장 등과 관련된 인물이어서 봐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씨는 윤장현 시장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책자문관 K씨의 고교 후배이자, 광주시 고위 간부와 고교 동창이다.
A씨가 과거 시정 자문을 빌미로 직원들에게 저질렀던 부적절한 언행도 새삼 직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A씨가 시정 현안과 관련해 무리하게 자료를 요구하고, 직원들에게 막말을 하는 등 월권에 가까운 ‘튀는 행동’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한 공무원은 “A씨가 밤 늦게 전화를 걸어와 내가 특정 사업의 예산을 빼돌렸다는 식의 막말을 하기도 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A씨는 기피인물이었다”고 털어놨다.
주경님 광주시의원도 이날 시의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A씨가 300억원대 전일빌딩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기획설계 용역업체 선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A씨는 자신이 지원한 특정업체 탈락 후 시 공무원들에게 ‘잘라버리겠다’는 막말을 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A씨의 돌출행동은 지난해 당시 윤 시장에게도 보고됐지만 A씨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A씨는 시 감사위원회의 출석요구를 받고 감사장에 나와서도 조사를 거부하며 언성을 높이고 탁자를 내려치는 등 비이성적 행위를 담당 조사관에게 했다”며 “공직자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라도 A씨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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