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에 집착하기 보다는 다소 억울해도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미덕(美德)으로 통하던 관행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민주ㆍ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경선 불복 주장이 잇따르고, 후보간 인신공격 수준도 도를 넘고 있다.
3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아이오와 주 코커스의 공정성을 둘러싼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진영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당초 4일 예정된 TV토론까지 거부하겠다던 입장은 번복했으나,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아이오와 코커스 문제를 계속 제기할 계획이다. 또 지난 1일 코커스를 통해 선출된 클린턴 지지성향 대의원에 대해 설득 작업을 벌이는 방법으로 아이오와 주 코커스의 불공정을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에서도 아이오와 코커스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첫 경선에서 예상 밖 패배를 당한 도널드 트럼프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이날 보스턴 헤럴드 라디오(BHR)와의 인터뷰에서 크루즈 의원이 지지 기반이 겹치는 벤 카슨 후보 사퇴설을 유포해 유권자 표를 끌어 모았으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승리를 도둑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 완전히 유권자들에게 사기를 친 거다. 그리고는 많은 득표를 했다. 여론조사 결과와 (개표결과가)너무 다르게 나온 이유”라며 법정 소송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크루즈 캠프는 실제로 카슨 후보가 조만간 사퇴할 것이므로, 크루즈 후보를 위해 결집해야 한다는 메일을 유권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거세지자 크루즈 의원은 카슨 후보에게는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해서는 오히려 역공을 가했다. 뉴햄프셔 현지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동을 ‘생떼’로 격하한 것.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가 끝장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흥미롭다”며 “이번에 진 걸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나 보다”고 빈정댔다.
크루즈 의원은 또 트럼프에게 양자 토론을 요구했다. “도널드가 아직도 자기 이력에 관해 질문 받는 걸 두려워하는지 보는 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햄프셔주 여론 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 지지율이 크루즈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추세츠대 로웰캠퍼스와 보스턴 지역매체 7뉴스가 이날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율은 38%로 크루즈(14%)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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