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심한 판막질환을 가진 태아는 출생 후 가슴을 여는 심장수술을 여러 번 받아야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출생 이전에 엄마 뱃속에서 좁아진 판막을 풍선으로 넓히는 시술(풍선확장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져 태아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이미영 교수와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팀은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29주의 태아에게 최근 엄마 뱃속에서 대동맥판막 풍선확장술을 시행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를 연결하는 문(門)인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심부전 등이 발생하고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보통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임신 20주 전후에 산전 초음파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진단은 비교적 손쉬웠지만 지금까지 태아에서는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었다. 또 출생 후에 치료 하려면 상태가 이미 악화된 경우가 많아 가슴을 절개하는 심장 수술을 여러 번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예비엄마 서모(34)씨는 임신 24주에 정기 검진에서 뱃속 태아가 선천성 대동맥판막협착증임을 알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태아의 심장 상태를 확인한 결과 태아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점점 중증으로 진행됐고, 이에 따라 풍선확장술을 받기로 마음 먹었다.
원혜성 교수와 이미영 교수는 태아 심장을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엄마 배를 통과해 태아의 대동맥판막까지 카테터를 삽입한 뒤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의 도움으로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판막을 넓히는 시술을 처음으로 시행했다.
약 30분 정도에 걸친 시술을 통해 태아의 좁아진 대동맥판막이 넓어지면서 심장 기능이 73%(50%이상이면 정상)까지 회복했고, 추가적인 심장수술을 시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태아에 대한 판막 풍선확장술은 지난 1991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태아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와 소아심장과, 신생아과, 마취통증의학과가 유기적인 협진을 하면서 시술 전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교수(산부인과)는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일찍 진단이 되더라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출생 후 여러 번의 심장수술을 받았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태아 때 조기치료를 통해 신생아 심장수술에 대한 부담과 부모들의 걱정이 크게 덜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송강섭 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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