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적을수록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
“부부만의 문제보단 고용 불안 등 외부 환경 영향 커”
“생계 유지에 시간과 에너지 다 써 대화할 여유 없어”
30분 미만 대화하는 부부, 5년 전의 두 배
우리나라 부부 세 쌍 중 한 쌍은 하루 동안 배우자와 30분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부부 두 사람의 문제보다는 고용시장 불안, 맞벌이 증가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5,018가구를 면접 조사해 4일 발표한 ‘2015년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전혀 없음 포함)인 부부가 전체의 30.9%나 됐다. 이는 5년 전(17.5%)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30분~1시간 미만 대화하는 부부(34.5%)까지 합하면 세 쌍 중 두 쌍(65.4%)은 하루 1시간도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오래 대화하는 부부는 크게 줄었다. 하루 평균 30분~1시간 대화하는 부부는 2010년 39.9%였지만 지난해 34.5%로 줄었고, 1~2시간은 26.2%에서 20.9%, 2시간 이상은 16.5%에서 13.7%로 줄었다.
부부 간 대화 부족은 특히 40,50대 부부에서 두드러졌다. 40대 부부는 30분 미만 대화하는 비율이 36.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이 중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 비율도 2.3%로 가장 높았다. 50대 부부 역시 30분 미만이 36.1%나 됐다. 반면 20대 부부는 1~2시간 대화하는 비율이 36.6%, 2시간 이상이 27.4%로 전체 부부(20세 미만 제외) 중 대화 시간이 가장 길었다.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도 계속 하락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하락했다. 지난해 부부관계에 대한 만족 비율은 51.2%로 2010년(56.9%)보다 떨어졌고, 불만족은 11.6%로 2010년(6.4%)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56%가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했지만, 여성은 46.2%만 만족했다. 특히 여성은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2005년 53.2%에서 2010년 49.2%, 2015년 46.3%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부부관계 만족도는 부부간 대화와 자녀 돌봄 분담에 대한 만족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의사소통 만족도가 낮은 남성은 부부관계에 대한 만족도 역시 2.76점(5점 만점)으로 낮았지만, 만족도가 높은 남성은 3.99점으로 훨씬 높았다. 여성 역시 의사소통 만족도가 낮으면 부부관계 만족도가 2.61점이었지만, 높은 여성은 관계 만족도도 3.90점으로 높았다. 부부 간 자녀 돌봄 분담 문제도, 분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부부 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일하는 데 시간 다 써 가족간 정서적 기능 약화”
전문가들은 갈수록 부부간 대화가 줄어드는 현상은 노동시장 불안정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외벌이로는 생활 유지가 어렵고 각자 생계유지를 위해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다 보니 부부가 대화할 시간과 에너지도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며 “가족이 일상적으로 오랜 시간을 공유해야 대화도 자연스럽게 되는데, 불안정한 환경 탓에 가족 간 정서적인 기능이 많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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