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여자친구 A씨에게 강한 집착을 보인 권모(35ㆍ무직)씨는 지난해 12월 이별을 통보 받았다. 14세나 어린 A씨는 사귄 지 3개월 만에 “집착이 심하다”며 권씨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별의 충격으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평소 우울증과 분노장애로 고통 받아왔던 데다 과거에도 연인과 헤어진 뒤 세상을 등지려 했던 권씨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손목에는 여러 차례 자해한 흔적도 뚜렷했다.
결국 권씨는 지난달 24일 흉기를 구입해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생목숨을 끊으려니 덜컥 겁이 났다. 전과 10범인 권씨는 순간 죽기보다 가기 싫은 교도소를 떠올렸다. 지난해 7월 출소한 그는 무거운 범죄를 저지르면 교도소에 돌아가기 싫어서라도 자살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권씨는 지난달 26일 새벽 서울 은평구의 편의점 2곳에서 자살용으로 구입한 흉기로 종업원을 위협해 70만원을 갈취했다. 10분 동안 강도 행각을 벌인 권씨는 편의점 폐쇄회로(CC)TV를 향해 맨 얼굴을 드러내고 범행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씨의 자살 계획은 경찰의 발빠른 대처 탓에 실패로 돌아갔다. 범행 직후 바다에 빠져 죽기 위해 서울역에서 울산행 첫 기차를 타고 도주한 권씨는 이틀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떠돌던 권씨를 검거해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는 붙잡히기 전까지 빼앗은 70만원을 모두 쓰는 등 자살 결심을 굳힌 듯 보였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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