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ㆍ가축우리ㆍ경기장, 설치ㆍ수리에 288억원 사용
개인 저택을 단장하는데 수백억원의 나랏돈을 가져다 쓴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일정 금액을 반환하기로 했다.
남아공 대통령실은 3일(현지 시간) “주마 대통령이 고향(콰줄루나탈주 은칸들라)에 있는 사택의 보안을 강화하는데 사용한 정부 돈 일부를 갚는다”라고 발표했다. 돌려줄 금액은 남아공 재무부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주마 대통령은 2014년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2,400만 달러(약 288억원)를 들여 사택에 수영장과 가축우리, 원형 경기장, 방문객 센터 등을 설치, 논란이 불거졌다.
남아공 국민권익보호원은 “주마 대통령이 비윤리적 행위를 했다”며 “보안 조치와 무관한 시설에 투입된 비용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라고 결정했다. 민주동맹(DA) 등 야당들도 거세게 반발하며 대통령 국회 연설을 방해하는가 하면 이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등 지난 2년여 동안 논쟁을 지속했다.
주마 대통령은 처음에는 “잘못한 게 없다”라며 국고 유용 사실을 부인했지만, 당장 헌법재판소가 내주 중으로 심리 기일을 정하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야당 측은 일단 법정 다툼을 계속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올해 말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둔 남아공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여야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특히 현 주마 대통령은 2009년 집권 이후 줄곧 부패 스캔들에 시달렸고 경제 역시 침체 일로를 겪고 있어, 일각에서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 20여년 동안 정치권을 장악해 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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