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재임 중 처음으로 모스크(이슬람교 사원)를 방문하고 “무슬림계 미국인을 겨냥한 정치적 언사는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정 인사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 등 반무슬림 발언을 공공연히 해 온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낮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모스크인 ‘볼티모어 이슬람 소사이어티’에서 미국 무슬림 지도자들과 회동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최근 우리는 무슬림계 미국인들을 겨냥한 용서할 수 없는 정치적 언사들을 듣고 있다”며 “이 같은 언사들은 이 나라에서 설 땅이 없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어떤 한 신앙을 공격하는 것은 모든 신앙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미국 사회의 특정종파에 대한 편협함은 나라의 단결을 저해하는 것으로, 정면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오하이오 주에 거주하는 13세 소녀가 (반 무슬림 언사로) 공포감을 호소하는 편지를 자신에게 보낸 사실을 거론하며 "이 소녀는 내 딸과 같다"며 "어떤 아이도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가를 의심하거나 의문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을 전후해 “무슬림이면서 기독교도인 척 한다”는 비판을 받았기에 무슬림 사회와는 거리를 둬 왔으나 미국 내 무슬림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모스크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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