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 그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주 장관은 “기업 활동의 애로사항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30대 그룹은 “정부의 수요 진작보다는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주 장관과 삼성·현대차·SK·LG 등 30대 그룹 사장단 40여명은 4일 오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수출 부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 회복을 위해 민관이 총력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산업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의 간담회가 열린 것은 2013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주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대외여건의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기존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융ㆍ복합 신산업,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산업 포트폴리오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의 과감한 투자가 조기에 성과로 나타나도록 정책 역량을 모으겠다”며 “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과감히 풀고 정부가 갖고 있는 각종 지원수단, 예산, 세제, 금융의 모든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출 활력 회복과 투자 확대, 사업 재편에 30대 그룹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 장관은 앞으로 30대 그룹과 반기별, 주요 투자기업과는 매달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로 했다. 이에 전경련은 이달 말 개최 예정인 산업부 장관 주재 주요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올해 30대 그룹 투자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시장 수요 확대 정책만으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성장잠재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에 과감한 규제 개혁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요청했다. 이어 “정부가 돈을 풀고 잘 되길 기대하는 천수답식 정책보다 매마른 땅에 물길을 내고 농작물을 기르는 수리답식 정책으로 가야 한다”며 “거시정책에서 미시정책으로 경제기조를 전환하고 수요진작에서 공급 확대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30대 그룹 사장단은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력 소매판매 확대를 허용하고 에너지 신산업 시장의 확대를 위해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활용을 확대하고 이란시장 진출을 지원해줄 것과 스마트 가전의 소비전력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건의에 대해 주 장관은 적극 수용하고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올해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전력시장 경쟁, 참여 확대를 추진하고 법률시행 전에도 고시 개정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공공기관에 대해 에너지 저장장치(ESS) 설치를 권고 중이며, 중장기적으로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고 ESS 맞춤형 요금제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 가전 등 사물인터넷(IoT)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에너지 소비 전력 기준 적용에서 제외하고, 이란시장 진출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과 AIIB 등과의 공동사업 발굴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신산업 창출 및 주력산업 고도화 기술 개발에 내년까지 7조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자하고, 에너지 공기업을 통해 올해 6조4,000억원을 에너지 신산업에 투입해 초기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 현대차 정진행 사장, SK에너지 김준 사장, LG 하현회 사장, 롯데 소진세 사장, 포스코 최정우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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