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한 원가검증 도로 산하기관에, 신설하는 국방 R&D 전담기관은 업무 중복 우려
고작 첫 발 떼고는 개혁성과 해외 홍보라니
방위사업청의 개혁이 역주행하고 있다. 겉으론 대대적인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대외 홍보에 치중하는데다 우후죽순으로 기관을 신설해 ‘밥그릇’을 늘리는데 여념이 없다는 지적이다. 방사청이 지난해 한국형전투기(KF-X)개발 논란과 잇단 방산비리의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개혁 방향부터 제대로 조준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3일 방사청에 따르면, 올해 우선 추진할 중점과제로 ‘방위사업 비용분석센터’를 설립해 방산물자의 원가산정과 비용분석을 전담시킬 예정이다. 무기개발이나 도입과정에서의 가격 부풀리기가 방산비리의 주된 원인인 만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원가와 비용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방사청은 비용분석센터를 별도의 전문기관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나, 방사청 출신 인사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사실상 산하기관으로 운영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같은 방침은 불과 3년 전의 개혁안을 스스로 뒤집은 꼴이다. 방사청은 2013년 5월 방위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원가산정과 정산을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2년 4월에는 국방통합 원가시스템을 구축해 아웃소싱과 연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4년 기준 60개 사업의 비용을 외부 민간업체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전문기관조차 방사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원가산정 기관인 방위사업연구원의 경우 이사장과 원장, 부원장 등 임원 대부분이 방사청이나 군 출신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방사청은 민간기관의 독립성 확보는커녕 아예 산하에 별도의 센터를 만들어 원가산정을 모두 맡기려는 심산이다. 더구나 원가자료 제출의무와 조사권한을 명시한 ‘원가공정화법’은 국회에 발이 묶여 있어 방사청이 새로운 센터를 만들어도 제 역할을 할지 회의적인 상황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주는 꼴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방사청은 국방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방기술기획평가원’도 올해 신설할 예정이다. 급변하는 방산시장의 흐름과 기술수요에 부응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방기술품질원이란 전문기관을 제쳐두고 업무중복이 불 보듯 뻔한 기관을 새로 만드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방사청은 그간 KF-X사업과 방산비리 등 주요 고비 때마다 ADD와 기품원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처럼 내실보다는 몸집 키우기에 주력하면서도 방사청은 이달 중순쯤 국내와 해외의 반부패 전문가들을 대거 초청해 ‘청렴성 제고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이다. 방사청의 혁신성과를 적극 홍보하는 자리다. 정부 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방위사업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한 것이 지난해 10월 말인데, 고작 4개월 만에 어떤 성과를 내놓는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일각에서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연유다. 방사청은 이 같은 내용의 개혁안을 이달 중 국회에 보고한 뒤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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