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국제금융기구 임원 배출
투자ㆍ재무 위험 평가와 분석 총괄
“한국에 걸맞은 위상 확보” 자평 불구
‘친박 학자 출신’ 꼬리표에
“효율적 국익 대변 의문” 우려도
중국이 주도하는 새 국제투자기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부총재 5명 가운데 한 자리에 홍기택(64ㆍ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3일 선출됐다. 정권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13년 만에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를 배출한 데 대해 정부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학자 출신 낙하산’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홍 회장이 AIIB에서 효율적으로 국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홍 회장이 진리췬(金立群) AIIB 초대 총재의 추천으로 이사회에서 투자위험 관리 담당 부총재(CRO)로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홍회장은 조만간 근무조건 등 관련 계약을 거쳐 정식 임명되며 중국 베이징 AIIB 사무국에서 3년간 근무하게 된다. 기재부는 “우리나라가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를 수임하는 것은 2003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임기 만료 이후 13년 만으로, 우리 경제규모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자평했다.
홍 회장이 맡은 CRO는 AIIB의 투자ㆍ재무 위험에 대한 평가ㆍ분석을 총괄하는 자리로, 5명의 부총재직 가운데 하나다. AIIB 내 지분율 5위 국가인 한국은 인도(2위), 독일(4위), 인도네시아(8위), 영국(10위)과 함께 부총재직을 맡게 됐다.
당초 정부는 향후 AIIB의 막대한 투자개발 사업에서 국익을 챙기려면 반드시 부총재직과, 그 중에서도 핵심인 투자운영 관리 담당(CIO)을 배정받기를 고대해 왔다. 1차 목표(부총재)는 달성했지만 2차 목표(CIO)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 치면 실제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영업 담당 임원엔 못 미치지만 더 많은 정보를 접하는 리스크 담당 임원을 맡은 셈”이라며 “부총재직 배정엔 국가별 지분과 후보 개개인의 과거 경력, 전문성까지 감안돼 100% 우리 바람대로 이뤄지기엔 한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홍 회장의 선임 과정을 두고 뒷말도 적지 않다. 치열한 국제경제 외교의 현장에서 정치색 짙은 학자 출신이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홍 회장은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으로 30년간 교수로만 재직하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쳐 산은 회장에 발탁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정부가 AIIB 부총재 수임을 추진하는 과정에 AIIB측이 전문성 등을 고려해 복수 후보를 요청했으나 청와대의 의지로 홍 회장만 단수 추천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얼마 전 ADB 부총재 교체 과정에서 한국이 호주에 밀려 막판 고배를 마신 것도 ADB의 의중과 다른 인사를 정부가 끝까지 고집하다 역효과를 불렀기 때문으로 안다”며 “정권의 호불호보다 국익을 감안하는 지혜가 아쉽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날 선임 직후 “관계기관의 적극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AIIB 발전과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