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세금으로 해마다 물품구입, 지역구활동
“명절 때 자신들의 지역구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면서 도민이 낸 예산으로 물품을 사서 기증하는데 이것이 사전 선거운동 아닌가요?”
전남도의회 의장단이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방문 위로하는 행사를 자신들의 지역구에서만 실시해 사전선거운동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명현관 의장 및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10명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사회복지시설과 군부대를 방문, 따뜻하고 훈훈한 정이 넘치는 명절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1,800만원의 예산을 세워 쌀과 세제, 라면 등을 구입했다.
이 예산은 도의회 의장이 700만원, 부의장 2명 각 200만원, 상임위원장 7명 각 100만원이 책정돼 해마다 추석과 설 두 차례에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의장단의 방문지를 보면 명 의장은 지난 1월 29일 자신의 지역구인 해남군 황산소망노인회집과 해남등대원 등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 11개소를 방문하여 화장지, 기저귀 등 생필품을 전달하고 관계자를 격려했다.
윤시석 부의장은 지난 1일 자신의 지역구인 장성군 상록원 등 6개 시설을 방문하고, 장일 부의장은 지난달 27일 전남농아인협회진도군지부 등 진도군 4개시설을 방문했다.
각 상임위원장도 자신의 지역구만 방문하는 등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역구가 목포인 강성휘 기획사회위원장과 김탁 교육위원장은 지난 2일 목포아동원 등 2개 시설과 목포 노인전문요양원 등 3개 시설을 각각 방문해 격려했다. 또 송형권 의회운영위원장은 고흥군 노인요양시설 등 2곳을, 정영덕 안전행정환경위원장은 무안군 노인요양시설 등 5곳, 서정한 경제관광문화위원장은 여수시 요양시설 등 4곳을, 이용재 건설소방위원장은 광양시 요양시설 4곳, 김효남 농수산위원장은 해남군 천사의 집 등 4개소를 방문했다.
이처럼 의장단들이 자신의 지역구만 방문하는 것을 놓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까지 나서면서 이런 저런 말들이 무성하다.
도의회 A의원은 “명절 때마다 도민 전체와 관련된 안전시설 종사자들을 위로하고 방문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지역구 시설만 방문하는 것은 본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B의원은“자신들의 돈이 아니라 도민의 세금으로 합법을 가장한 불법 행사나 다름없다”며“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타 지역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남 주민 박만식(53ㆍ가명)씨는“의장과 위원장이 차기 지방선거에 해남군수에 나온다고 하는데 이렇게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게 맞은 이치인지 모르겠다”며“도민의 세금으로 자신들의 얼굴 알리기에 나서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선거법 위반 논란도 일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남도의회 관계자는“설 명절을 맞아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입소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지역사회공헌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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