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ㆍ충남지역 유일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예지중ㆍ고등학교 교장이 교사들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받게 해 돈을 빌리고, 명절 떡값까지 요구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직원들은 교장의 직위를 이용한 ‘갑질’을 견디다 못해 상납을 하거나 학교를 떠났다.
3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예지중ㆍ고 박 모 교장이 이 같은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진정을 접수해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특별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박 교장은 지난해 교사들에게 대출을 받게 한 뒤 대출받은 총 2억여원의 돈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장은 교사들에게 학교 유지와 발전을 위해 이 돈을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학교 계좌가 아닌 자신의 계좌로 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 모 간부교사와 여직원은 대출 요구를 거절하자 박 교장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욕적인 말을 수차례 들었다. 이를 지켜본 또 다른 교사는 신용대출을 받아 박 교장에게 7,0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한 교사는 이 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박 교장의 아들에게 2,000만원을 빌려준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박 교장은 대출 은행도 자신의 후배가 있는 S은행으로 바꾼 뒤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게 하는 등 수법으로 대출 가능 금액을 늘리기도 했다. 교사들의 개인정보를 무단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대출 설정 만기일이 오자 대출기한 연장 과정에서 교사들의 교원자격증을 임의로 복사해 은행에 제출한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박 교장은 뒤늦게 지난달 초 해당 교사들에게 받았던 돈을 돌려줬다.
박 교장은 또 공개석상에서 교사들에게 ‘명절 인사’를 명목으로 이른바 떡값도 요구했다. 모 직원이 밝힌 녹취록에는 박 교장의 이런 언급이 그대로 담겼다. 교장의 요구에 일부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50만~100만원씩 떡값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장은 겉으로 본인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자기성장비’로 월 급여의 10%를 자신에게 내라고 했지만 실상은 명절 인사를 하라는 의미였다는 게 교직원들의 설명이다. 한 교직원은 “박 교장이 한 교사에게 교직원 연수 때 명절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모욕을 줬고, 결국 이 교사는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욕이 넘쳐 잘 해 보려 한 것인데 실수가 있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개인정보 무단 사용의 경우 문제가 확실한 만큼 경찰 수사 의뢰하고,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한 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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