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짜노, 빨리 불 좀 꺼주이소.”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부산 남구 용호동의 홀로 사는 이모(72) 할머니 집에 불이 났다. 할머니가 출동한 소방대원들을 재촉했지만 불은 삽시간에 66㎡(20평) 남짓한 집 절반을 삼켰다. 슬레이트 지붕은 내려앉았고 가재도구는 대부분 불에 탔다. 고혈압, 당뇨 등 지병에 집까지 빼앗긴 할머니는 망연자실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이 할머니에게 희망을 전한 사람들은 소방대원들이었다.
부산 소방관들과 의용소방대의 119안전기금을 활용한 ‘119행복하우스’ 사업 대상자에 선정된 것이다. 2012년 6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이 할머니까지 6명에게 보금자리를 돌려줬다. 이 할머니는 주거복구비로 2,200만원, 생활안정자금으로 100만원을 지원받았다.
덕분에 화재로 내려앉은 지붕이 원상복구 됐고, 지자체와 기업의 도움으로 실내 가전제품도 불이 나기 전으로 되돌아갔다. 할머니는 “소방관들이 불을 끄느라 고생했는데 큰 도움까지 줘 다시 살아갈 힘이 생겼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당시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이학술(41) 대원은 “아직도 할머니가 발을 동동 구르다가 힘없이 주저 앉았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이번 복구를 계기로 할머니가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4일 오후 2시 집으로 돌아간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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