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카 오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다. 역동적인 공간 이동과 사운드의 조화는 차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자동차에 음향이 장착된 것은 1930년 모토로라가 카 라디오를 발명하면서부터다. 1949년 베커는 최초로 자동차 전문 카 오디오를 개발해 전 세계에 3,000만대를 공급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카 오디오 분야는 음향의 품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기술력이 풍부한 명품 오디오 브랜드들이 명차와 전략적 제휴를 하면서 카 오디오는 신차의 설계 단계부터 음향의 품질과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벤츠 마이바흐, 포르셰, 부가티 등은 '부메스터', BMW는 '하만/카돈', 아우디는 '뱅엔올룹슨'과 함께한다. 마세라티는 '보워 윌킨스'와 손을 잡았고 롤스로이스가 선택한 '렉시콘'의 하이클래스를 현대차도 제네시스 EQ900에 새롭게 론칭했다. 이러한 협업이 명차의 이미지를 차별화하고 나아가 자동차 선택의 또 다른 기준이 되고 있다.
명차가 특정된 명품 오디오를 이토록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리에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명차들이 추구하는 오디오의 소리는 '절대원음'이다. 절대 원음이란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와 같은 현장의 소리를 녹음된 재생 음이 아닌 생생한 소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오디오는 현장의 소리를 똑같이 재생하지 못한다. 스피커를 통해서 우리의 귀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스피커 소리는 고, 중, 저음의 주파수 대역으로 나누어지며 음파의 특성에 따라 뇌에 전달되는 시간차가 발생하는 '시간 왜곡' 현상이 생긴다. 이러한 현상을 최소화 시켜주는 오디오가 명품반열에 오르게 된다. 절대 원음에 도전하는 심오한 기술이 녹아있는 하이앤드 오디오는 풀세트에 최고 40억 원을 호가하고 이 중 스피커는 하나에 5억원을 훌쩍 넘긴다. 초고가 명품 오디오의 가치는 인간의 뇌가 특별한 자극을 받지 않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간 왜곡을 없애는 데 있다.
명차를 선호하는 마니아들은 자동차의 성능보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한 감성에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 이들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음성이 마치 옆에서 속삭이는 사람의 목소리로 착각할 만큼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절대 원음을 갈망한다. 작은 차이를 높은 가치로 인정해 주는 마니아들이 많을수록 신기술 발명의 동기가 부여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명차의 명품 오디오에 대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부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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