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캐피탈 선수단/사진=구단 제공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은 팀의 10연승을 이끌었지만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KB손해보험전에서 세트스코어 3-2(25-17 20-25 25-20 25-27 15-11)로 승리했다. 2006-2007시즌 이후 9년 만의 팀 통산 세 번째 두 자릿수 연승이다. 현대캐피탈은 2005시즌 11연승, 2005-2006시즌에는 15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경기 후 최 감독의 고민은 깊어졌다. 쿠바 용병 오레올 까메호(30)와 문성민(30)으로 이어지는 특급 좌우 쌍포의 변함없는 활약에도 쉽지 않은 승리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체력이다. 현대캐피탈은 범실 32개에 발목 잡히며 상대(27개)에 추격을 허용했다. 범실의 주된 이유가 체력 저하라는 것을 최 감독은 간파했다. 그는 경기 뒤 "선수들 체력이 걱정된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최태웅식 '스피드 배구'가 계속 위력을 발하기 위해선 탄탄한 체력은 필수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선수들이 체력을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는 전력 구조다.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수에 걸쳐 빠르고 정확한 스피드 배구를 추구해 속공 성공률(60.71%)과 세트당 평균 블로킹(2.66) 부문에서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부지런하게 뛰는 건 좋은데 장기적으로는 피로가 누적된다. 유일하게 1,400회를 넘겨 1,500회에 육박한 블로킹 시도(1,486)에서 그 경고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이른바 '몰빵 배구'를 하지 않는다는 현대캐피탈의 승승장구 비결에도 그늘이 존재한다. 주포 한 명의 컨디션이 좋지 못해도 메울 선수들이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길게 보면 선수단 전원의 동반 체력 저하를 불러올 소지 또한 안고 있다.
최태웅 감독이 "선수들이 그동안 체력적으로 힘든 경기를 잘 견뎠는데 지친 모습이었다"며 "오버 페이스가 아니길 바란다"고 경계한 배경이다. 끈질기게 추격한 6위 KB손해보험(7승21패 승점 20)전에서는 최태웅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통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오는 7일 한국전력전은 또 다르다. 갈 길 바쁜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를 연파하며 고춧가루 부대를 자처한 한국전력의 상승세가 무섭다.
최태웅 감독은 "한국전력전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지 못했다. 연승을 이어가기 위해선 남은 기간 지친 선수들의 체력을 얼마나 회복하고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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