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겨울은 대게가 진리
오전 7시30분, 울진에서 가장 큰 항구인 후포항 바닥은 대게로 쫙 깔린다. 경매에는 인근 식당상인은 물론 영덕과 포항에서 온 상인까지 몰린다. 한차례 북적거림이 끝나고 9시30분부터는 홍게(울진에선 ‘붉은 대게’로 부른다) 경매가 이어진다.
명성은 ‘영덕 대게’에 밀리고, 판매량은 포항 구룡포에 미치지 못하지만 울진은 여전히 대게의 고장이다. 후포항에만 대게잡이 어선이 30여 척이다.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잡지만, 살이 오르고 가장 맛있는 때는 2월과 3월. 12월 잡힌 게는 살이 없어 속칭 ‘물게’가 많고, 봄이 지나면 역시 살이 물러진다. 홍게도 7~8월 두 달만 빼고 1년 내내 잡지만 추울수록 살이 붙어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몸통길이 12cm 정도 중대형 시세는 현재 대게 3만5,000원, 홍게 2만5,000원 정도다. 올해 울진 대게 축제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후포항 일대에서 열린다.
안동 잔칫상에도 오르는 울진 참문어
울진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해산물은 문어.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것보다 유난히 붉어 참문어라고도 부른다. 문어는 1년 내내 나는데 봄과 여름에 특히 많이 잡힌다. 그러나 대표적 한류어종이라 여름엔 산 채로 보관하기 어렵다. 최대 수요지는 제사나 잔치음식에 문어가 빠지지 않는 안동과 영주다. 울진에서 잡은 문어도 70% 정도는 이 지역으로 나간다.
미식가만 알고 찾는 줄가자미
후포항에는 아는 사람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 줄가자미 회가 있다. 줄가자미는 껍질만 벗기고 뼈째 썰어 회로 먹는데, 뼈가 무르고 기름기가 오른 지금이 제철이다. 봄이 되며 뼈가 세져서 회로 먹을 수 없다. 가자미와 도다리잡이 어선에 간간히 잡히는 정도라 드러내놓고 판매할 양이 못 된다. 가격도 1kg에 도다리보다 2배 이상 비싼 18만원 선이다. 그래도 이맘때쯤이면 고소하고 깊은 맛을 잊지 못하는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후포항 왕돌회수산(054-788-4959)에 전화하면 줄가자미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봄철이면 후포항의 주요 횟감은 가자미와 도다리, 광어로 바뀐다.
천덕꾸러기에서 속풀이 귀한 몸, 꼼치
동해안의 겨울 별미 중 하나가 곰치국이다. 미끄덩거리는 껍질에 뭉툭한 주둥이, 흐물흐물한 살집으로 한때는 어민들에게도 천대받던 이 물고기의 표준어 명칭은 꼼치인데 실제 식당 메뉴는 곰치국이다. 죽변항의 우성식당(054-783-8849)은 묵은 김치를 숭숭 썰어 넣고 푹 끓여낸 곰치국으로 이름나 있다. 1그릇에 1만3,000원 정도로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 맛으로 겨울 추위를 녹이기는 그만이다.
울진은 서울에서 여전히 멀다. 서울시청에서 울진군청까지 동해고속도로 동해IC-삼척을 거쳐 7번 국도를 이용하면 약 345km, 중앙고속도로 풍기IC-영주-봉화를 거쳐 36번 국도를 이용하면 약 310km인데, 어느 쪽이든 4시간30분 이상 걸린다. 덕구온천과 죽변항이 목적지면 삼척 방면이, 백암온천과 후포항이 목적지면 봉화 쪽이 수월하다.
울진=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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