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 사례가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 국내 의심사례 7건은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지만, 국제적 확산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 보건국은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방문객과 성관계를 가진 한 환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역학조사를 진행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본토 내에 머물렀던 사람의 피 속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관계를 통한 지카 바이러스의 미국 내 전파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커리 톰슨 댈러스카운티 보건국장은 “지카 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가장 안전한 예방책은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은 “과거 수혈이나 성적 접촉에 의한 독립적인 전파 사례가 있었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다”면서 “지카 바이러스 전파의 ‘진범’은 모기”라고 강조했다. CDC는 조만간 이 바이러스의 성관계 전파와 관련한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아시아ㆍ유럽ㆍ아프리카에서의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하며 글로벌 대응팀 편성에 나섰다. 전날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PHEIC) 선포에 이어 이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격인 브라질에서는 소두증 신생아가 400명을 넘어섰다. 현재 17명인 감염자 수는 더디게 진행중인 확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온두라스 정부는 확진자가 3,600여명에 달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태국에선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20대 남성의 ‘지역 내 감염’ 사례가 확인돼 비상이 걸렸다. 칠레도 콜럼비아를 여행한 한 남성의 감염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국이 됐고, 니카라과에서는 2명의 임신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확진 판정자가 나오지 않았다. 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의심 사례로 신고돼 국립보건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7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대한양궁협회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표팀의 브라질 전지훈련을 중단시켰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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