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와 변리사 간의 직역 다툼이 아닙니다. 지적재산(Intellectual PropertyㆍIP) 분야가 커지고 있는 만큼 서로의 장점을 살려 사법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대한특허변호사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승열(55ㆍ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3일 만나 “IP 분야는 국경의 장벽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와 변리사가 힘을 합쳐야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허변회는 대한변리사협회 소속 개업 변호사들의 모임이다. 김승열 회장은 “8,000여명의 변리사회 회원 중 4,000여명이 변호사”라며 “그간 변호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나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다고 판단해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허ㆍ상표ㆍ의장 등 지적재산권 출원 등과 관련한 법률 사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변리사와 변호사는 업무 관련도가 높다.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받는 변리사와 달리 변호사는 별다른 시험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변호사 업계와 변리사 업계는 관련 문제로 자주 대립해 왔다. 특허변회가 지난달 27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하자 대한변호사협회의 꼼수가 아니냐며 변호사회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말 통과된 개정 변리사법에 따라 올해 7월부터는 변호사도 1년간 실무수습을 거쳐야 변리사 자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실무수습의 구체적 사항은 특허청의 승인을 받아 변리사회가 정한 대로 시행한다. 김 회장은 “실무수습 의무화는 기존 변호사들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앞으로 IP 산업을 이끌 차세대 인력을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김승열 회장은 대립이 아닌 상생을 거듭 강조했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팀을 이뤄야 IP 관련 시장의 파이를 더 키울 수 있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특허 관련 전문가들이 특허 출원과 소송 관련 업무 외에도 IP 관련 인수합병(M&A), 가치책정, 자금조달 등 컨설팅 업무까지 합니다. 출원에 강점이 있는 변리사와 소송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가 팀을 이뤄 한계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김승열 회장은 개방성과 디지털화, 해외 시장 진출을 특허변회의 세 가지 운영 원칙으로 삼았다. “조직을 개방형 구조로 만들어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한 모든 기록을 디지털로 남겨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변호사와 변리사가 팀을 이뤄 해외로 진출하는 데도 힘을 쏟겠습니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상생이 더 중요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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