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였다. 형과 함께 어머니를 따라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엘 갔다. 당시 타이틀은 ‘괴기전’. 어두운 굴처럼 세팅된 공간에 조심스레 들어섰더니 갑자기 불이 켜지며 귀신 모형이 나타나기도 하고 천장에서 산발한 머리가 뚝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당시엔 많이 무서웠었다. 오금을 덜덜 떨며 한 바퀴 돌고 나오니 햇빛이 눈부셨다. 형도 나도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었다. 어머니는 어머니답게 여유로웠던 것 같다. 문제는 그날 밤이었다. 잠이 들었는데, 형과 내가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같은 시각 똑같은 귀신을 본 것이다. 소릴 듣고 안방에서 주무시던 어머니가 달려왔다. 웬일인지 그날 아버지와 누나는 집에 없었다. 어머니 품에서 다시 잠들려는데 이럴 수가. 어머니마저 헛것에 시달렸다. 세 모자가 공포에 질린 채 꼭 끌어안고는 밤을 홀딱 새우고야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방문 앞과 마루 사이를 웬 허연 옷의 여자가 어슬렁거렸다는 삼자의 진술이 일치했다. 어린 마음에도 그게 더 섬뜩했다. 어머니조차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의 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그날 밤의 정경은 공포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상기되곤 한다. 그 여인은 누구였을까. 정말 귀신이었을까. 어머니와 형은 기억하고 있을까. 설에 내려가서 물어봐야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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