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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밑 땅굴 파 기름 뺀 일당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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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밑 땅굴 파 기름 뺀 일당 검거

입력
2016.02.0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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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땅굴을 파 인근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땅굴을 파 인근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제공

송유관 근처에 땅굴을 파 기름 162만ℓ를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8차선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쳐 판매한 자금총책 정모(44)씨 등 4명을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및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운반책 박모(28)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충북 청주시 흥덕구를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지하에 깊이 2∼3m, 길이 70m짜리 땅굴을 판 뒤 인근 송유관에서 기름 161만 9,100ℓ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훔친 기름은 경기ㆍ충청권 주유소에 시세보다 저렴한 21억 9,000여만원에 처분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철저한 역할 분담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총책 정씨는 기름을 빼내는 책임자 이모(40)씨, 땅굴 파는 책임자 김모(45)씨를 포섭한 뒤 자금 지원, 땅굴 시공, 운반 감시 등으로 각각의 역할을 분담했다. 또 땅굴 내부에 환풍기, 배수시설, 폐쇄회로(CC)TV를, 송유관에는 송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동감지센서와 유종 감별기, 유압계 등을 달았다. 이들은 또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송유관에서 100m 떨어진 장소에 컨테이너 창고를 빌려 숙식을 해결하면서 땅굴을 팠다. 이 같은 준비 비용에만 8억여원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땅굴이 완성된 뒤부터는 송유관에 고압호스를 연결해 한 달여간 하루에 4만~6만ℓ씩 휘발유 75만4,700ℓ, 경유 84만3,900ℓ, 등유 2만500ℓ를 빼냈다. 또 훔친 기름을 유조차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수사 기관의 추적을 막기 위해 승용차를 앞뒤에 배치해 호위했다. 실제로 경찰차량이 유조차를 미행하자 유조차 뒤에 달리던 승용차가 고의로 접촉사고를 내고 그 틈을 타 유조차가 달아나기도 했다.

이들은 이렇게 훔친 기름을 미리 구입한 유조차 등으로 운반한 뒤 이씨 명의로 운영 중인 주유소에서 판매했다. 이 주유소에서 다 소화하지 못한 나머지 기름은 경기 용인시, 충북 진천군 등에 위치한 주유소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경찰관 김모(45)씨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수배상황 등 수사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름을 훔치기 위해 고속도로 지하에 땅굴을 판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지반 침하와 폭발 위험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달아난 땅굴 시공 전문가 윤모(60)씨 등 2명을 추적하는 한편 이들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아 판매한 주유소가 더 있는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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