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화장실 가짜 폭발물 설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가짜 폭발물이 발견된 시간을 전후에 화장실을 이용한 남성 760여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가짜 폭발물에 붙어있던 아랍어 메모는 테러단체와 연관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인천공항경찰대는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C입국장 옆 남자 화장실에서 가짜 폭발물이 발견된 지난달 29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층 입국장 폐쇄회로(CC)TV 84대의 녹화분을 확보, 분석한 결과 해당 화장실 이용자가 760여명임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인천공항 입국장 화장실 청소 담당자로부터 “당일 낮 12시쯤 청소를 할 때는 (가짜 폭발물 등) 아무런 물건을 보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 가짜 폭발물이 설치됐을 시간을 낮 12시 이후로 추정했다. 가짜 폭발물은 당일 오후 4시에 발견됐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화장실 이용자 760여명 가운데 가짜 폭발물을 담을 수 있는 가방 등을 소지한 남성에 대해 이동 동선 추적 등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가짜 폭발물과 함께 발견된 협박성 메모에 대해 아랍어 전문기관에 분석 요청한 결과 테러단체와의 연관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메모에는 아랍어로 ‘이것이 마지막 경고이다. 알라가 알라를 처벌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이슬람학회(회장 이종화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메모에 대해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의 경고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아랍어문학회(회장 이인섭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한아과 교수)도 “이 문장은 이슬람 테러단체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문구나 형태가 아니고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폭발물 신고자가 신고에 앞서 목격한 화장실 이용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장 재감식을 통해 화장실에서 22점의 지문을 채취해 신원 파악을 위한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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