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75개 중 38개, 4분기 실적 기대치 미달
국내 대표 상장사 절반이 작년 4분기에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부진한 성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저성장 국면 속에 중국 경기둔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기업들의 저조한 실적 발표가 이어지며 증시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오후 4시 기준)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 75개 중 38개(50.7%)가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보통 증권사들이 내놓는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보다 기업의 실제 영업이익이 10% 이상 높으면 어닝 서프라이즈로, 10% 이상 낮으면 어닝 쇼크로 분류한다.
철강, 자동차, IT(정보기술) 등 국내 대표 수출기업들마저 어닝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포스코의 경우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3,40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추정치 평균(5,125억원)을 33.6% 밑돈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 업황 부진 여파로 작년 연간 9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최초로 당기손익 적자를 내도도 했다.
에쓰오일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 1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시장 기대치(1,517억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고 관련 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지만, 실제로는 299억원을 기록해 33.3%의 차이가 났다.
기아차(-15.2%), LG디스플레이(-21.7%), LG이노텍(-32.9%) 등도 시장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국내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역시 어닝 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4분기 성적표를 내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업황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믿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마저 주춤하며 실적이 꺾였다. 현대차의 경우 환율 및 신흥국 경기 부진 등에 영향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작년 4분기 실적 부진이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및 신흥국 경기 침체, 미국 금리 인상, 저유가 등 불투명한 대외 변수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컨센서스를 하회한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세계 경제성장률의 하향 조정, 중국 경제성장률 7% 하회, 조선·철강 등 기간산업의 업황 둔화 등으로 올해 경제 상황이 작년보다 더 어둡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2월 글로벌 정책 공조 기대감에도 시장의 큰 반등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업종 대표주의 실적이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며 "글로벌 매크로 지표 개선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월 코스피 평균은 1,910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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